장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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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덥고 지루한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계절풍 지대에 속하는 우리 나라는 연강우량의 약 70%가 여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그 첫 신호인양 7월부터 장마가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여름비는 습윤한 남서계절풍과 지형관계 때문에 주로 태백산맥 서쪽의 내륙지대에 내리며 종종 호우와 바람을 동반한 폭풍우로 되어 많은 풍수해를 몰고 오기가 일쑤였다.
올해도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벌써 25명의 인명피해와 3백10명의 이재민, 파괴·침수된 건물 86개, 농경지 유실 2만4천8백여정보, 도로 유실 29개소, 수리시설 유실 24개소의 피해(7일 상오 6시 현재)를 내고 말았다.
장마철이 되자 치안본부는 이미 지난 6월18일에 풍풍해 위험지구의 정비와 풍수해 발생시의 대피·구조 등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전국 경찰 및 소방관서에 지시한 바 있다. 도로·교량·하천·축대·도괴위험건물·침수지역 등을 경찰과 관계 공무원의 협조로 정밀하게 조사, 그 1차적 관리책임자에게 개·보수를 명령하여 그 결과를 확인토록 하고 아울러 5대 강 유역의 위해 사항과 풍수해가 났을 경우, 피난·구조방법 등을 강구하도록 했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컨대 우리는 해마다 풍수해로 인해 막대한 재산피해와 귀중한 인명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효과적인 예방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다가 재난이 닥치고 난 다음에야 허둥대며 재해대책을 세워왔던 것인데 올해부터서라도 이 같은 고식적인 작태를 벗어나 보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재난은 불의에 닥치는 수가 많으나 풍수해의 경우는 화재나 교통사고등과는 달리 위험지구가 예고돼 있는 것이며 점검과 대비만 철저히 한다면 거의 완전하게 예방하거나 극도로 그 손실을 줄일 수가 있는 것이다.
경찰이 지난 5월말까지 개·보수를 지시한 전국의 풍수해 예상지역은 도로 3백55개소, 축대 2백92개소, 침수지역 7백43개소, 산사태 1백13개소 등 무려 3천7백46개소에 달한다고 한다. 놀랄 만큼 많은 풍수해 취약지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민들로서는 오직 피동적으로 이런 보수계고나 안전지시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좀더 자발적·능동적으로 개·보수공사와 예방대책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여기 1차적으로는 소유자·관리책임자가 보수해야 하나 그들의 힘이 미치지 못할 경우 당국이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풍수해 등의 재난은 왕왕 천재인 경우 보다 인재인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풍수해 대책 다음으로 장마철에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계절병 예방과 건강 관리라 하겠다.
장마철에는 「콜레라」·장「티푸스」·이질 등의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하며 식중독·「바이러스」성 간염 등에 걸리기 쉽다. 이런 질병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생활환경부터 청결하게 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길밖엔 없다.
그리고 만성적인 피로감과 식욕부진·수면부족 등으로 인한 이른바 「여름철 증후군」을 몰아내기 위해 「알칼리」성 식품의 다량섭취 등 식생활의 합리화와 함께 규칙적인 생활로 각자가 건강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찌는 듯한 더위와 후덥지근한 습기로 인한 불쾌지수의 앙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마음의 안정과 느긋한 여유를 갖는 일이다. 불가에서 하는 장마철의 수양을 위한 하안거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흔히 「재난의 계절」 「불임의 계절」이라는 장마철을 도리어 「생산적 계절」 「활동의 계절」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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