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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테러… 피격… 종군기자 잇단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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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이 전쟁보도를 통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종군기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등 언론도 힘든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22일 현지로 파견된 자사 종군기자들의 말을 인용, "미군이 기자들의 정보 접근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일부 '협조적인' 기자들에게만 주요 정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항공모함 트루먼의 종군기자로 배속된 제이 턱 ARD특파원은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제공된 내용도 전혀 검증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ARD 쿠웨이트 특파원인 아르님 스타우트도 "사전에 당국의 조정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병사들하고만 접촉이 허용됐고 독자적으로 사진을 찍지 못하는 등 제약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타우트 기자는 "미국이 주도하는 소위 '자유 이라크 작전'은 언론자유의 제약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라크전이 본격화하면서 현장 취재 언론인들의 인명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22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서 호주 ABC방송 소속 폴 모런(39)기자가 이슬람 과격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차량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ABC방송의 프리랜서 카메라 기자인 모런은 미국의 공격으로 발생한 난민 취재차 북부 쿠르말 외곽의 한 검문소를 지나가던 중 돌진해온 택시 한대가 폭발하면서 변을 당했다. 동료기자인 에릭 캠벨도 폭발로 상처를 입었다.

외신들은 알 카에다와 관련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역 이슬람 과격단체인 '안사르 알 이슬람'이 미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했다.

남부 도시 바스라 인근에서는 이날 영국 ITN TV 취재진 3명이 총격을 받은 뒤 실종됐다. 영국 ITN은 23일 자사 뉴스채널인 ITV의 종군기자인 테리 로이드(51)와 카메라맨 프레드 네락, 현지 통역인 후세인 오스만 등 3명이 남부 바스라 인근에서 실종됐으며, 이들이 이라크군과 미.영 연합군의 교전에 휘말려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행 중 유일하게 구조된 카메라맨 대니얼 드무슈는 ITV뉴스에서 "취재진은 이라크군 차량 두대에 쫓기고 있었고 영국군 쪽에서 총성이 들려왔다"며 "이라크군을 추적하던 영국군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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