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등생 몰려온다, 양평 땅값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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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4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입구를 지나는 6번 국도변. 곳곳에 ‘빌라 분양’ ‘토지 매매’ ‘방3/욕실2/앞·뒤 통베란다’ 같은 부동산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요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고는 하지만 다른 데서 쉬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광고를 내건 부동산업체들의 주 고객은 이 지역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외지 학부모들이다. 용문면에서 109㎡(33평) 크기 빌라 ‘용문그린타운’ 56채를 분양 중인 선명건설 측은 “부근 초등학교로 오려는 외지 학부모 20여 명이 상담을 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양평에 부동산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양평 지역 초등학교에 들어오려는 ‘교육 수요’ 때문이다. 이 지역에 혁신학교들이 생기면서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 들어오는 인구가 늘고 있다. 용문면 조현초교는 올해 50명 신입생 중 70% 정도가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 출신이다. 중미산 기슭인 서종면 정배초교 역시 신입생 14명 중 6명이 서울 등지에서 왔다.

 사실 양평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교육의 오지였다. 여느 농촌처럼 초등학교들은 학생 수가 줄어 폐교 걱정을 했다. 정배초교는 서종초교의 분교가 됐다가 2007년 전교생이 30명까지 감소하면서 실제 폐교론이 나왔다. 현재 학생이 344명인 조현초교 역시 2000년대 중반에는 전교생 80명인 미니 학교였다.

 문 닫을 위기에 처한 학교에서 교사들은 어떻게 학교를 살릴까 머리를 맞댔다. 그러면서 새 교육의 길을 찾았다. 주변 환경을 이용해 자연학습을 늘렸다. 객관식 시험을 없애고 토론을 통해 논리력을 키우는 식이었다. 그게 창의 교육을 강조하는 시류와 맞아떨어졌다. 조현초교는 경기도가 2009년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정배초교 등도 입소문이 나면서 외지 학생들이 들어왔다.

 근처에 곤충박물관·민물고기생태관·천문대와 한강변 자전거길이 있는 여건 또한 ‘대안 교육’을 찾는 부모들 구미와 맞아떨어졌다. 2009년엔 서울 청량리를 잇는 중앙선 복선전철이 개통돼 서울을 한 시간 남짓한 거리로 끌어당겼다. 서울 강일동에서 살다 올해 정배초교에 4학년·1학년 아들 2명을 들여보낸 최은숙(44·여)씨는 “서울에서 멀지 않아 생활에 큰 불편이 없고, 아이들을 경쟁적인 학원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공부하도록 하고 싶어 학교를 옮겼다”고 말했다.

 교육 수요 덕에 양평은 부동산 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양평군 땅값은 2009년에 비해 평균 30% 올랐다. 개별 공시지가 기준으로 따진 게 이렇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땅값 상승률(14%)의 2배가 넘는다.

 수요가 많은 학교 주변 땅값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주택시공업체 이레하우징의 배병환(56) 이사는 “4~5년 전 3.3㎡에 40만~50만원이던 학교 주변 택지가 이젠 2배 가까운 80만~90만원이 됐다”고 전했다.

 전셋값 또한 상당 폭 뛰었다. 부근에 이렇다 할 중·고교가 없어서다. 초등학교만 양평에서 다니도록 하고, 중·고교는 다른 지역으로 옮길 심산에 학부모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많이 찾는 것이다. 이 바람에 2~3년 전 1억8000만원 정도이던 100~110㎡ 주택 전세가 이젠 2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서종면 드림부동산 구병문(50) 대표는 “2012년 9%, 2013년 8% 거푸 가파르게 오른 땅값이 앞으로 상승세에 부담은 된다”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 도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은 부동산값이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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