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삼킨 벼락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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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고경위>
일요일과「근로자의 날」연휴를 앞두고 단꿈에 젖어 있던 여공들의 기숙사는 벼락치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는 옹벽더미에 순식간에 깔렸다.
6호실과 7호실 위쪽의 옹벽이 먼저 무너지고 잇달아 9호실과 취사장, 창고·변소 뒤쪽의 옹벽도 무너져 내렸다.
6, 7호실은「시멘트」덩이와「불룩」에 흔적도 보이지 않게 묻혀 버리고 9호실은 반 동강이가 난 채 앞으로 퉁겨 나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부상한 여공들의 신음과 아우성이 번졌고 숙직하던 수위들은 완전히 얼이 빠진 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10호실에서 잠자던 박순임 양(22·전남 신안군)은『광』하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깨는 순간 왼쪽다리에 심한 통 중을 느껴 두 팔로 허우적대며 간신히 방을 빠져 나왔다고 했다.
순찰을 마치고 막 대신파출소에 들어서려던 방범대원 신덕영씨(41)는『우르르 쾅』하는 소리를 바로 듣고 파출소 순경 4명, 방범대원 3명과 함께 현장에 달려갔으나 수위들은 문을 열어 줄 경황도 차리지 못해 신씨 등은 철문을 부수고 들어가야만 했다.
우선 이웃에 있는 정현유치원(원장 박포례·42)에서 전깃줄 50m를 얻어 신대방 교회의 전선에 연결, 전등을 가설하고 가벼운 상처를 입은 최영주 양(24·경기도 양주군 와부면 월문리317)등 11명을 강남병원으로 옮기고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와 떨고 있는 여공 58명을 정지유치원 교실에 수용했다.

<구조작업>
사고현장의 구조작업은 흙더미를 파낼 마땅한 장비투입이 늦어 사고발생 후 근 6시간 동안이나 지체, 안타까운 장면을 빚었다.
경찰은 군부대에 장비지원을 요청. 4시10분쯤 공군본부 시설대 소속 대형「불도저」가 도착되었으나 노 폭이 5m밖에 안돼 허탕치고 되돌아갔으며 소형「레커」가 상오7시10분쯤 다시 동원되었으나 이 역시 무너지지 않은 7개의 앞방을 재대로 제거치 못해 본격적인 구조작업은 상오9시10분「페이로더」가 도착해 비로소 시작됐다.
상오9시10분부터 육군 218공명대대 장병 65명 등 경찰관·구청직원 2백50여명은 무너져 내린「시멘트」더미와「블록」들을 위에서부터 들어냈다.
상오 10시10분쯤 9호실 벽과 무너진 7호실 천장의 틈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머리를 벽 쪽으로 처박고 쓰러져 있는 이옥분 양을 맨 처음 발견, 구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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