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26년 … 이상은, 나직이 자신을 응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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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길이라면 작은 길도 행복할 거예요’라는 노랫말은 이상은(44·사진)이기에 가능하다. 그만의 빛깔을 지키면서 쉼없이 걸어온 26년이란 세월이 이를 보증한다.

무려 15집 앨범이다. 그는 타이틀곡 ‘태양은 가득히’에서 “꿈을 잊었다면 다시 시작하라”고 노래한다. ‘아무리 작은 촛불 하나라 해도, 어둠은 빛을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25일 앨범 ‘루루’ 발매기념 쇼케이스에서 그는 타이틀곡을 소개하며 “나를 위한 응원가를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이제는 나이도 많이 들었고, 음악도 오래하면 지치잖아요. 제 꿈이 음악을 계속 하는 건데, 그러려면 마음 속에 생명력, 열정 같은 게 있어야 하거든요. 제 자신에게 잘할 수 있을 거란 응원가를 만든 거죠. 이전에 만든 ‘어기여디어라’ ‘언젠가는’도 그런 곡이었어요.”

 새 앨범엔 이상은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쓴 ‘캔디캔디’부터 단골 빈티지 옷가게 이름을 딴 ‘루루’,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을 담은 ‘들꽃’까지 총 9곡이 담겼다. 핑크빛 볼 터치를 한 그가 햇살을 등지고 서있는 앨범 재킷의 풍경은 이 노래들이 소박한 풍요로움을 향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특별한 것은 이상은이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편곡, 믹싱까지 직접했다는 것. 최신기기가 있는 스튜디오를 마다하고 집에서 ‘홈레코딩’ 방식을 고수했다.

 “사실 세션이랑 스튜디오를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편곡을 직접 하면서 데드 라인을 지키지 못했어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베이시스트 김남윤씨가 프로듀서를 맡았는데, 제가 1차 편곡한 걸 듣더니 ‘엉망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정하느라 시간을 맞추지 못했어요.”

 - 직접 편곡을 해보니 어떻던가.

 “아직도 들으면서 부끄럽고 ‘완성도가 떨어지는구나, 문제가 많구나’ 생각해요. 장점이라면 직접 사운드의 옷을 만들다 보니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곡에 더 가깝게 간 것이죠. 앞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새로운 출발이에요.”

 - 홈레코딩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전까진 청자들이 제 음악을 바깥 운동장이나 공원에서 만난 것 같았다면 새 앨범은 저의 응접실에 온 것 같은 느낌일 거예요. 집에서 녹음하면 위층에 들릴까봐 밤에 조심스럽게 불러야 했어요.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 않고 조용조용 자장가 부르듯 불렀어요. 그러다 보니 훨씬 마음이 편안해져요. 음악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라면 비싸고 화려한 스튜디오에서 부르는 것보다 내 방에서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겠구나 싶어요.”

 - 데뷔 26년이 된 지금, 이상은은 어디에 서 있나.

 “주변에 묵직한 심지로 자신의 작업을 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있어요. 의문의 여지 없이 작업하는 그 담담함이 보기 좋아요. 저도 이제는 사운드라는 재료를 만지게 됐으니 그걸 더 연구하고 알아가려고요. 뭔가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니까요. ‘이 작가’로 불리면 좋겠네요.”(웃음)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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