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키즈' 이합집산 14년 … 이번엔 단체장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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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4년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소장파 모임이었던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가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현재 출마가 확정됐거나 출마설이 나도는 남경필·정병국·김영선·원희룡·권영진(이상 새누리당)·김부겸·김영춘·김성식 전 의원(이상 야권) 등이 왕년의 미래연대 멤버들이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이 386인사들을 대거 영입하자 이에 맞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젊은 피를 수혈한 게 미래연대의 태동이 됐다. 당시 이 총재의 핵심 참모였던 윤여준 현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은 오세훈·원희룡·정두언 의원을 이 총재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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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30~40대로 초선 의원이나 원외 신분이었던 이들은 2000년 1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슬로건 아래 의기투합해 미래연대를 결성했다. 그 무렵엔 ‘이회창 키즈’라는 성격이 강했다. 미래연대는 2000년 총선에서 27명이 공천을 받아 14명이 당선되며 당내 세력화에 성공했다. 김부겸·남경필 공동대표 체제에 김영춘·원희룡 의원이 적극 활동했다. 그러나 미래연대는 2002년 대선 패배를 기점으로 분화했다. 2003년 강경그룹이던 김부겸·김영춘·조정식 의원은 당이 혁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2004년 총선 뒤엔 ‘새정치수요모임’이란 새로운 깃발 아래 ‘미래연대 시즌 2’가 시작됐다.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 등이 주축이어서 ‘남·원·정’이란 말이 생긴 것도 이 무렵이다. 이들은 탄핵 역풍에 휘청이던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최병렬 대표를 퇴진시키고 박근혜 대표 체제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해 7월 전당대회에서는 원희룡 의원이 박근혜 대표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로 수요모임은 이념적인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목소리를 내면서 박 대표와 점점 멀어졌다. 2006년 미래연대 출신인 오세훈 전 의원이 당내 서울시장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지원이 컸다. 2007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쇄신파의 지지를 받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하자 이들 중 다수는 이명박 후보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서 미래연대 출신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병국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원희룡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맡는 등 권력의 중심부에 진입했다.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 정두언 의원 등도 미래연대 출신이었다. 2012년 대선 때는 권영세 의원, 권영진 전 의원이 박근혜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성식 전 의원은 안철수 캠프의 키 플레이어로 뛰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미래연대 출신들이 대거 출동하면서 직접 맞붙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 새누리당에서 가장 경쟁이 뜨거운 곳이 경기도다. 정병국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이 공식 출마를 선언한 상태인데 남경필 의원까지 당 지도부로부터 출마 압력을 받고 있다. 남 의원이 출마를 결심하면 경기지사 후보 가운데 미래연대 출신만 3명이나 된다.

 대구에선 새누리당의 권영진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민주당에선 김부겸 전 의원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권 전 의원이 새누리당 경선을 통과한다면 김 전 의원과 양자 대결이 성사될 공산이 크다. 부산에선 야당 후보로 거론되는 민주당의 김영춘 전 의원과 안철수 신당 측의 김성식 전 의원이 모두 미래연대 출신이다. 이외에도 원희룡 전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제주지사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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