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중국 IT 총공세 … 한국 부스 포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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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소개한 ‘미디어패드 X1’(왼쪽)과 토크밴드. 미디어패드 X1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중간 형태인 ‘패블릿’으로 두께가 현재까지 나온 제품 중 가장 얇은 7.18㎜다. 토크밴드는 화웨이가 첫선을 보인 웨어러블 기기로 헬스케어 기능을 갖췄다. 리처드 유 최고경영자(CEO)가 이들 제품을 각각 소개하는 모습을 하나의 사진으로 합성했다. [바르셀로나 로이터=뉴스1]

23일(현지시간) 오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라 바르셀로나 파벨론 Z6’ 컨벤션센터. 중국 화웨이가 ‘경계를 없애라(Live without Boundaries)’라는 주제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었다. 가장 먼저 단상에 나타난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콜린 자일스 부사장은 “우린 젊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기기도, 사람도 점점 더 연결되는 세상에서 화웨이는 이야기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화웨이는 자사 최초의 ‘웨어러블(입는)’ 컴퓨터로 헬스케어용 손목밴드 토크밴드와 7인치 패블릿(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합성어)인 미디어패드 X1, 신형 LTE 스마트폰 어센드G6 4G 등 신작 5개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특히 미디어패드X1은 화웨이의 리처드 유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행사에서 “아이패드 미니는 양복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지만 X1은 쏙 들어간다”며 “이 세상에서 가장 콤팩트하고 얇은 태블릿”이라고 내세운 제품이다. 실제로 무게 239g, 두께 7.18㎜로 아이패드 미니보다 작고 가볍다. 알루미늄 본체에 풀HD 디스플레이와 1300만 화소 카메라를 내장했다. 가격은 399유로(59만원)로 유럽에서 200~300유로에 팔리는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나 삼성의 갤럭시탭 7.0보다 높다. 싼 가격이 아니라 성능과 디자인으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다. 유 CEO는 “유럽에서 출발하지만 마지막엔 일본과 한국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호언했다.

 레노버도 5.3인치 화면을 장착한 안드로이드 폰 S860을 발표했다. 금속으로 마감하고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2GB 램을 장착한 이 제품은 약정 없이 349달러에 출시할 예정이다. 다양한 색상의 강화유리로 외형을 장식한 5인치 중급 스마트폰 S850을 무약정 기준 260달러에 선보였다. 이와 함께 1920X1200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요가 태블릿 10 HD+도 349달러에 내놓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화웨이·ZTE·레노버 등 중국 3대 정보기술(IT) 기업이 무섭게 한국을 쫓아오고 있다. 저가 제품으로만 물량공세를 하는 수준은 지났다. 중국 업체들은 2012년 삼성과 비슷한 시기에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개발했고, 삼성이 갤럭시S5에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초고화질(QHD) 디스플레이 기술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부터는 화웨이가 LG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위를 2년째 지키고 있다. 레노버는 최근 인수한 모토로라를 합치면 점유율이 6%를 넘어 3위가 된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이들의 공세가 매섭다. 24일 갤럭시S5를 공개하는 삼성전자를 견제하듯 중국 업체들도 이날을 전후해 일제히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ZTE는 저가 단말기 제조사 이미지를 벗기 위해 프리미엄급 안드로이드OS 기기를 다수 전시했다. 특히 풀HD 디스플레이와 1300만 화소, 3200미리암 배터리가 들어간 그랜드메모2 LTE는 삼성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겨냥했다. 또 파이어폭스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오픈 C 등 다양한 OS 탑재 전략을 공개했다.

 중국의 ‘인해전술’은 전시장 배치에서도 드러난다. MWC 행사장인 대형 컨벤션센터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의 홀3는 한국의 삼성·LG·SK텔레콤을 비롯해 IBM·소니·노키아 등이 대형 부스를 운영하는 핵심 전시장이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아 임대료도 전체 8개 홀 중에서 가장 비싸다. 그런데 2012년 이곳에 입성한 화웨이·ZTE·레노버는 해마다 규모를 키우며 삼성과 LG를 에워싸고 있다. 올해는 삼성전자 바로 앞에 화웨이가, 11시 방향으로는 ZTE가, 2시 방향에는 레노버가 부스를 차렸다.

 물량공세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재기를 노리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23일 중국 레노버·ZTE와 애플의 부품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 한국의 LG전자를 윈도폰 파트너로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윈도 태블릿을 주로 만들 LG를 제외한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인 윈도폰 생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단말기 제조업체와 MS라는 거대한 브랜드가 손을 잡은 것이다.

 삼성과 LG도 중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위기라는 말을 잘 안 쓰는데, 올해 시장은 정말 녹록지 않을 것 같다”며 “빠르게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종석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도 “지난 3년이 (LG전자에) 스마트폰 1차대전이었다면, 중국 업체들이 가세한 지금은 2차대전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포화상태에 이른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 삼성은 ‘웨어러블 선점’으로 대처한다는 전략이다. 신종균 사장은 “삼성은 웨어러블 파이어니어(개척자)가 되겠다”며 “어제 발표한 기어2는 그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그는 웨어러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앞으로 중국 업체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다양한 웨어러블 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스마트폰 시장의 한계를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넘어서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웨어러블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포스트 제품이 아니라 별개의 새로운 영역”이라며 “앞으로도 갤럭시S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리더십을 지키면서 스마트폰·태블릿과 연결되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24일 갤럭시S5와 함께 헬스케어 전용 손목밴드인 갤럭시기어피트(fit)도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구글과 손잡고 웨어러블 시장에 도전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LG전자와 구글이 함께 안드로이드OS 체제 기반의 스마트워치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상품 기획은 구글이 하지만 제조는 LG가 한다. LG전자가 만드는 구글의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시리즈와 같은 방식의 협업이다.

바르셀로나=박수련, 서울=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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