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유권자 만나자 "1착 하려했는데…"|재야인사들은 잇달아 단식에 돌입|김 총리, "국민결정만 남았다"…담담한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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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근혜·근영 양과 12일 아침 7시 안내 없이 서울농아학교에 설치된 신교-궁정 제1투표소에서 투표. 박대통령이 들어서자 일을 시작하려던 투표종사원들이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투표지를 전달했다.
검정 색「코트」차림의 박대통령은 먼저 와 있던 2명의 유권자들의 인사를 받고『일찍 나오셨군요. 내가 제1착으로 투표를 하려했는데 먼저 나왔군요』라며 웃었다.
박대통령은 투표지를 투표함에 접어 넣은 후 투표종사원들과 악수하며 잠시 얘기를 나누었는데『수고가 많다』면서 이들을 격려.
박대통령은『날씨가 풀려 투표하는데 지장이 없겠다』고 말하고『생업에 바쁜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불편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
박대통령은 또『각 투표소마다 투표업무를 능률적으로 하여 노인과 부녀자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근혜 양은 검정 색「코트」, 근영 양은 남색「코트」차림이었는데 근영 양은 이날 처음 투표를 했다.
정일권 국회의장은 성동구 옥정 국민학교에 마련된 옥수동 제2투표소에서 노모 김복순 여사(82), 차녀 성혜 양(23)과 함께 아침 8시 반에 투표.
김 여사는 노환으로 기동이 어려워「휠체어」를 타고 정의장의 부축을 받아 투표했다.
투표소감을 묻자 정 의장은『지금 투표가 진행중인데 찬반에 영향 줄 발언이 될까봐 안 하겠다』고 피했고 투표후유증문제에 관해서는『박대통령이 과잉충성을 경고한 만큼 조용히 끝나 잖겠느냐』고 했다.
민복기 대법원장은 상오9시20분 부인 이인남 여사와 장남 경택 씨(서울지검 부장검사)와 함께 종로구 혜화동 혜화 여고에 차려진 투표장에 나가 투표했으며, 김종필 국무총리도 이날아침 부인 박영옥 여사와 함께 서울신당4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
투표 후 김 총리는『이제 국민들의 결정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국민투표거부를 선언한 야당과 민주회복국민회의 등 재야세력지도자들은 이날을 단식·기도·농성 등으로 보냈다.
11일 상오부터 단식을 시작한 김영삼 신민당 총재에 이어 김대중 전 신민당 대통령후보는 12일 상오 7시부터 명동성당에서 금식기도에 들어갔고 정일형 의원은 상오9시부터 신민당 종로-중구지구당 당사에서 지구당 간부들이 벌이고 있는 단식에 참여.
통일당의 양일동 당수 등 간부들은 국민투표시간 중 중앙당사에서 농성을 하면서 지구당의 보고를 접수했다.
또 민주회복국민회의의 함석헌·계훈제씨 등은 10일 저녁부터 신촌「퀘이커」의 집에서 시작한 단식을 계속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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