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박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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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어쩌다 한번씩 바라보는
거울 속에서
나의 세월을 돌아본다
체온도 식고
눈물도 없다
앙상한 수염과 수척한 주름살.
그 속의 해골이
삐걱 한다. 탈골이라도 했을까
매운 겨울바람에
떨어져 나간 빈집의 문짝들이
활활 타는 모닥불에 재가된다
이 무너져 내리는 들 산의
폭풍이 거울을 지난다
어쩌다 바라보는 이 형상에
나는 애정을 느낄 수 없다
한 여인에게
길을 물어본다
수줍어 붉어지는
내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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