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화해에 찬물|미·소 무역협정 폐기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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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이 72년의 미·소 무역협정을 폐기한 사실은 그동안 추진돼온 동서화해에 중대차질을 가져올지도 모를 불길한 사건이며 「크렘린」안의 미묘한 권력변동 내지 대미정책경화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런던과 「모스크바」의 소련문제 전문가들이 15일 말했다.
전문가들은 협정폐기가 대미화해정책을 추구해온 「레오니드·브레즈네프」소련공산당서기장의 지위약화 내지 「크렘린」안의 새로운 세력대두를 예시하는 것으로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지만 소련이 무역조건·중동·핵 군축의 3분야에서 대미입장을 현저히 강화하고 있는 징조임에는 틀림없다고 해석했다.
이들은 특히 소련의 이번 조치가 「브레즈네프」의 와병설 및 권력투쟁설이 나돌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했다는데 주목, 「브레즈네프」노선에 모종의 변동이 발생했거나 새로운 지도세력이 대두하고 있을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지도자들은 미·소 무역협정의 파기는 미·소 화해의 초석을 파괴하고 소련으로 하여금 보다 좋은 미·소 관계를 지향하도록 추진시킬 미국의 수단을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키신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련의 무역협정파기통고는 미·소간의 정치적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조짐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신중히 말했지만 『만일 소련의 미국 무역법에 대한거부가 소련으로부터의 압력이 강화되는 시기를 예고하는 것이라면 미국은 큰 결의로써 그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측 무역관계자들은 소련이 미·소 무역협정을 전면 파기함으로써 미·소간의 무역확대가 중단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감퇴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무역협정의 파기에 따라 소련주재미국상사들의 법적 근거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한편 「크렘린」당국과 밀접한 접촉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소련의 「빅토르·루이즈」기자는 「런던·이브닝·뉴스」지에 보낸 기고문에서 소련은 미국과의 무역거래가 없더라도 「유럽」 및 일본이 대부분의 미국상품을 대신할 물건들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소련은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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