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수십 개, 페라리·포르셰 … 5000억 사기 대출범들 호화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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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쏘울 대표 전모씨가 지난해 디시인사이드 ‘시계 갤러리’에 올린 사진. 브레게의 제품으로 시가 1억 5000만원에 이른다. [사진 디시인사이드]

KT ENS 직원과 공모해 시중은행 등을 상대로 5000억원대 사기 대출 사건을 저지른 협력업체 대표들의 대출금 사용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범행에 가담한 8개 협력업체 가운데 주범 격인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47)씨가 검거되면서다.

지난 16일 은신하던 지인의 집에서 검거된 서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출금 중 594억원을 서울 목동 소재 7층 건물 구입에 쓰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중 일부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가족들의 생활비와 관련 업체인 다스텍을 인수하는 데 썼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7일 홍콩을 거쳐 뉴질랜드로 도피한 협력업체 NS쏘울 대표 전모(48)씨는 명품 시계 수십 개와 외제 스포츠카 여러 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디시인사이드 ‘시계 갤러리’에 자신의 명품 시계 사진 수십 장을 올렸다. 2008년은 그가 KT ENS 김모(51) 부장과 함께 불법 대출을 받기 시작한 때다. 전씨가 ‘소장품 목록’이라고 밝힌 사진에는 예거 르쿨트르·브레게 등 2000만원부터 최고 2억원에 달하는 스위스제 고가 시계들이 포함돼 있다. 또 4억원 상당의 페라리 등 고급 스포츠카와 한 대당 8000만원 상당의 SUV 외제차 두 대를 나란히 찍은 사진도 올렸다.

 경찰 조사를 이미 받은 컬트모바일 대표 김모(42)씨와 아이지일렉컴 대표 오모씨 등 4개 업체 대표들은 “불법 대출금 대부분이 전씨와 서씨에게로 흘러갔다”고 진술했다. 이 중 김씨는 서씨 등으로부터 대출 수수료 명목으로 외제차와 현금 등 2억9000만원, 오씨는 4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NS쏘울 F&S 대표 김모씨, 모젠씨앤아이 대표 김모씨도 곧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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