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설(雪上加雪)’로 불리던 동해안 폭설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로 이어지면서 ‘스노겟돈’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종말’을 뜻하는 기독교 용어인 ‘아마겟돈’과 눈의 합성어인 ‘스노겟돈(snowgeddon)’은 이번 겨울 폭설이 미국 동부를 강타했을 때 처음 등장했다.
올해 동해안 폭설은 사상 최악이다. 강릉에는 6일 시작된 눈이 14일까지 이어지면서 9일 연속 눈이 내렸다. 1911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장(最長) 기록이다. 또 강릉에 11일 오전 7시 110㎝나 눈이 쌓여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동해안 폭설은 북쪽 만주지방의 고기압과 한반도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이 만나면서 거대한 제설기(製雪機)처럼 수분과 찬바람을 섞어 동해안으로 쏘아댄 탓에 발생했다. 고기압은 찬 공기를, 저기압은 수분을 공급했다.
서울대 허창회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동해에서 불어온 습한 공기가 백두대간에 가로막히면서 눈구름이 만들어지고 폭설로 변했다”며 “반대편 영서지방에선 푄 현상으로 기온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러시아 캄차카반도에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 저기압이 동쪽으로 빨리 빠져나가지 못했고, 결국 폭설이 장기화됐다.
기상청 정관영 대변인은 “2월께면 대륙고기압 세력이 약해져 저기압이 조금 더 북쪽으로 지나게 되면서 폭설로 이어지는 기압 배치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2월에 강릉에서 30㎝ 이상 눈이 쌓인 경우는 1990년 이후 이번까지 여덟 차례나 된다.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주에는 기상청 공식 관측 지점은 없지만 리조트에서 북쪽으로 10㎞ 떨어진 해발 341m 토함산(양북면 장항리)에 자동기상관측지점(AWS)이 있다. 토함산에서 측정한 6~17일의 강수량은 97.5㎜로 같은 기간 동해안 평년 강수량 15㎜의 6배 수준이다. 해발 500m인 사고 현장에도 토함산과 엇비슷한 강수량을 기록했다면 1m가량 쌓일 눈이 내렸다는 얘기다. 이 중 일부가 녹거나 증발되고 60㎝ 정도의 눈이 남아 있었다면 사고 체육관 지붕 1㎡당 60㎏ 정도의 하중이 가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상청은 19일에도 동해안에는 낮 동안 눈이 날린 뒤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20일 오후부터 다시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