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선 모임 두 번째 만남 … 초당적 협의기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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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파를 떠나 국가적 어젠다를 논의하겠다”며 만든 여야 중진 모임이 17일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 모임엔 5선 이상 중진 의원들만 참가할 수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북한 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민주당 문희상 의원(왼쪽) 등 참석자들이 호응했다. [뉴시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5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17일 또 모였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정몽준 의원의 제안에서 시작한 모임으로,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회동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김무성·서청원·이인제·정몽준·남경필 의원, 민주당 문희상·이석현·정세균·이미경 의원 등 10명이 참석했다.

이들의 선수(選數)를 모두 합치면 55선에 이른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몽준(서울)·남경필(경기)·황우여(인천) 등 수도권 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중진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지방선거 출마 여부가 화제로 떠올랐다.

 ▶정세균=“정몽준 전 대표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정몽준=“조언 좀 해주세요. 생각을 해보려고요.”

 ▶이석현=“여태까지 생각 안 해봤어요?”

 ▶정몽준=“서울시 국회의원이니까 출마 생각은 했죠.”

 ▶이석현=“남경필 의원은 경기도지사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아서 안에서 (나오라고) 시끄럽던데 고심 좀 했어요?”

 ▶남경필=“왜 저를 밀어내려고 하세요?”

 ▶정몽준=“경기도지사 출마하면 되겠네.”

 ▶남경필=“원내대표 선거 때문에….”

 ▶정몽준=“황우여 대표는 좀 안도하는 거 같아요. 좋은 분이 있어서 이제 (출마) 안 해도 된다고.”

 ‘좋은 분’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뜻한다고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본격적인 대화에서 서청원 의원은 “요즘 북한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남북문제는 초당적 협력을 하는 게 좋다”면서 “여야가 함께 통일헌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여야 중진들은 ‘초당적 협의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남경필 의원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통일헌법과 권력구조 문제 등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관련한 것을 논의하는 위원회 또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일헌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여야를 떠나고, 정파를 초월한 국가적 미래 어젠다를 논의하는 것”이라면서 “그 안에 통일헌법 문제를 포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석현 의원도 “국가미래전략에 대한 협의체를 구성해 통일, 복지 등에 대한 거시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다”며 “통일의 범위 안에 우리가 보다 나은 헌법을 모색하는 데 중진 의원들이 역할을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현 의원은 “앞으로 양당 대표가 주도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진들의 건의대로 이런 기구가 만들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통일헌법을 마련하려면 결국은 개헌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구가 만들어지고 논의가 이어지다 보면 개헌추진기구로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

 첫 회의에 불참했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야 중진협의체는 조만간 민주당 주최로 세 번째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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