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홍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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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오리처럼 넓적하게 생긴 홍어는 살빛이 붉고 연골이어서 뼈 째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라도 근해가 주산지. 전남 광주가 고향인 고재경 여사 (변호사 기세훈씨 부인)에게서 홍어회 만드는 법을 들어본다.
요즘은 사철 홍어를 볼 수 있으나 홍어회의 제철은 겨울이다. 지금부터 시작해서 음력 정 이월까지가 제일 맛이 난다.
홍어에는 그 살맛이 매콤한 것과 맵지 않고 달큰한 것 두가지가 있다. 사람에 따라 기호가 다르지만 회는 매콤한 것으로 하는 것이 제격이다.
먼저 홍어의 비늘을 긁고 양쪽 지느러미를 떼 낸 다음 내장을 빼고 깨끗이 씻는다. 양쪽 볼에서부터 살을 저며낸다. 살을 대강 저며내고 나면 등뼈가 남게 되는데 이 뼈도 연해서 먹을 수가 있다. 빳빳한 뼈가 부드럽게 될 때까지 잔칼질을 해서 나붓 나붓하게 썬다.
회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양념 고추장이다. 고추장에 식초·진간장·생강·마늘 다진 것·설탕을 넣어 고루 섞는다. 여기에 파와 미나리를 굵직굵직 썰어 살짝 데쳐서 넣고 무우는 채를 쳐서 넣고 버무린다. 홍어회 고추장에는 기름을 치지 않는 것이 특히 유의할 점이다.
상에 낼 때는 고추장과 회를 따로 내는 법과 고추장에 회를 무쳐내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따로 낼 때는 고추장은 접시에 담고 회는 큰 접시에 무우채를 한겹 깔고 그 위에 담아 내놓는다. 무쳐 놓을 때는 무우채 보다는 상치 잎을 접시에 펴고 그 위에 탐스럽게 담으면 돋보인다.
잔치 음식이나 술안주로 쓰이는 홍어회는 예부터 입맛을 돋구는 음식으로 전해온다. 『고향에서는 고깃배에서 직접 싱싱한 홍어를 사오곤 했지요. 요즘 남대문 어물전에서 쓸만한 것은 3천원은 줘야 해요』라며 고 여사는 회에 쓸 생선은 특히 싱싱한 것을 골라야 한다고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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