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떴다" 염전 인부 창고에 가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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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단속을 피해 인부 3명을 창고에 가둔 염전 주인 부부가 경찰에 적발됐다. 염전 주인은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인부들이 다른 염전에서 일하고 받은 돈까지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전모(40)씨 등 염전 인부들을 집에서 1㎞ 떨어진 창고에 감금해 온 혐의로 전남 신안군 신의면(신의도) 홍모(46)씨 부부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 부부는 이른바 ‘염전 노예’ 관련 전면 실태조사가 시작된 지난 10일부터 인부들을 창고에 가뒀다. 창고는 약 8㎡(2.5평) 크기로, 조명은 있으나 난방이 되지 않았다. 홍씨는 단속을 피해 아침 일찍 인부들을 데려가서는 창고문을 자물쇠로 잠근 뒤 밤늦게 다시 데려와 숙소에서 재웠다. 식사는 홍씨 부부가 창고에 가져다줬다. 경찰은 제보를 받아 홍씨 집 주변에 잠복해 있다가 밤에 인부들을 데려오는 홍씨 부부를 붙잡았다.

 인부들은 경찰에서 “돈을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짧게는 8개월에서 길게는 1년4개월까지 홍씨 염전에서 일했다. 인부 중 최모(34)씨는 지적장애인이었다. 인부들은 주인 홍씨가 “경찰 눈에 띄면 강제수용소에 간다”며 창고에 가뒀다고 밝혔다.

 감금됐던 인부들은 때론 다른 염전에서 일했다. 이들이 일한 복수의 염전 주인들은 “임금을 주인 계좌로 보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또 인부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임금 체불 말고 다른 인권유린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주인 홍씨는 아직까지 임금 착취와 폭행 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일부터 일주일간 신안군 지역에서 170여 명의 염전 인부를 면담했으며, 이 가운데 24명이 임금을 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1994년부터 신의도에서 일한 나모(48)씨는 20년간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했다. 밀린 급여가 월 80만~100만원으로 총 2억원을 넘는다. 나씨는 임금을 돌려받는다 해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소멸시효’가 3년이어서 3년치에 해당하는 3000여만원밖에 반환받을 수 없는 상태다. 임금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것은 아무리 오래 임금이 밀려도 3년치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인부 허모(54)씨에 대해서는 10년치가 체불됐다. 임금 체불은 대부분 처음 염전노예 사건이 불거진 신의도에 집중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단속 일주일 동안 임금체불·폭행 등의 혐의로 염전 주인 20여 명을 조사했다. 또 인부들을 염전 주인과 연결해준 무허가 소개업자 2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당초 23일까지 조사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임금 체불 같은 사례가 많이 나오고, 염전 주인과 대질 신문에 시간이 걸려 26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전남경찰청은 또 섬 지역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염전 등을 단속하는 ‘도서(島嶼) 인권보호 특별수사대’를 두기로 했다. 17일 출범하며 염전·어선·양식장과 직업소개소 등을 단속 대상으로 한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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