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 경연 지양할 때|제15회 민속 예술대회를 보고|장수근<문화재 전문위원·민속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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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년에는 15회째 대회를 기념하기 위해서 6개 대통령상 수상「팀」들도 출연하고 연일 수만 관중이 운집하여 성대하게 끝을 맺었다. 16개 시·도에서 24개「팀」이 출연한 중에 13개 종목이 첫선을 보였고 예년에 있었던 여고생을 동원한 이상한 옷차림의「쇼」행위가 없어진 것도 다행이었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대형화가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많은 소재 중에서 대회에 알맞은 적절한 것을 골라서 산뜻하게 연출해 내야 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시간의 제한을 받는 경연 대회니 만큼 감성에도 배려가 필요해진다. 『나주 들노래』가 총리상을 받은 것도 기본적으로 뛰어난 호남 민속예술의 가락 탓도 있지만 절도 있는 구성의 변화로 연출이 잘된 데에도 큰 원인이 있었다.
그렇다고 이 경연 대회에서 결코 잔재주를 부리자는 것은 아니나 시종 단조로운 한 두 개의 가락과 동작만으로 청중의 염증을 일으킨 종목들도 적지 않았다. 모처럼의 기회에 향토 예술의 다양성이나 친숙성을 은폐할 필요는 없었겠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종목들이 적잖은 느낌이었으니 이 점은 자연스러운 가운데 적절한 소재의 동원과 조화 등으로 앞으로는 더욱 구성에도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이 대회의 출연자는 역시 농어민 남녀들·민속 예술인 당사자들이어야 하겠다. 기왕에 고교생들의 농악대가 나와서 농악의 계승을 흐뭇하게 보여주기도 했지만 자연히 그것은 씩씩한 행진곡의 도를 넘어서서 약동하는 것이었다.
이번 농악 부문의 두「팀」중 하나인「경기 어린이 농악」(국민학교 6년 여학생들)도 아주 우수한 연주와 고도의 훈련을 보여주었으나 장려상으로 그치지 않을 수 없었고『삼천포 농악』(장관상)은 노 농군들이라 당연히 기백이나 약동·조직성들이 없었고 전체의 조화에서 오는 휘늘어지는 가락도 부족했으나 개인기들이 우수하였다.
더구나 여고생 동원은 전기했듯이 이상하게 투명하고 야릇한 무용복이나 수영복 차림들이 간간이 나와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금년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 그래도 여고생이 동원되면 아무래도 인원이 과다해지거나 의상이 획일 화려해지며 춤사위에서 손사래 하나에 이르기까지 토속미는 상실되지 않을 수가 없고 이것은 속일수가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북의『놋다리밟기』가 동·서부 공주들이 각축전을 벌인다는 1930년대의 의아스러웠던 조사 자료를 확증하고 뒷받침해 준 것은 이번 대회에의 한 성과였지만 이 대회의 여고생 동원의 폐단은 역시 면할 길이 없었다.
이북 5도중에는 상을 한번도 못 탔다고 작년부터 포기하려 했다는「팀」들도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거액 상금과 대상이 연달아 호남·영남으로 기우는데 늘 들놀이(야유)만 세우고 실향의 설움까지 더하게 하는 것은 딱하다. 그러나 이북 5도의 민속자료 조사 기록들도 1930년대의 것이 적지 않으니 그것을 발굴하고 지금까지의 순수 민요도 아닌 긴 잡가들의「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이 자료집들을 가진 민속학자들의 협조를 일단은 바라봐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끝으로 이번 대회는 좋은 날씨 덕분에 대운동강에서 시종 되었다. 이것은 저 고구려의 동맹이래 고려의 팔관회까지 국중 대회였던 국민적 축제의 전통을 연장시켜서 늘 흐뭇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민속 예술 경연 대회인데 이 장소 때문에 민속 예술은 늘 대형화하고 각 도 공보실은 비용의 압력에 염증도 일으킨다. 소형의 알뜰한 민속 예술들도 많은데 이것은 그 발굴에는 역행이 된다. 이번 꼭둑각시놀음은 본부석만을 향하고 수만 관중에게는 등을 돌리고 강 건너의 소꿉장난 놀음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본의「전국민속예능대회」는 매년 연3일간 극장 무대에서 청년단 주최로 거행되었고 부문별로 대상들도 없었다. 우리는 아직은 대회를 국가가 주최해서 고유 민속의 견지와 선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15회를 넘겼으니 대형은 운동장에서 계속하되 지금은 각도에 실내 체육관들도 생겼으니 소형은 실내로 옮겨서 섬세한 민속 예술을 발굴하도록 방향을 바꾸는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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