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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상 맛 토론 나만의 요리법] 라면 맛내기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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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뽀글뽀글 맛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나. 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 뽀글뽀글 맛좋은 라면.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만화 영화 아기공룡 둘리에서 나오는 노래다. 라면처럼 꼬불꼬불한 머리의 '카수'지망생 마이콜이 목청껏 불렀던 곡이다.

만화의 내용은 날이 갈수록 머리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지만 라면을 먹을 때면 여전히 흥얼거리는 노래다.

라면은 마법의 음식이다. 주머니 속에 동전 몇 개만 있으면 충분하다. 물 이외에 다른 재료는 필요없다. 요술 램프같은 냄비만 준비하면 된다. 요리 기술이 없어도 상관없다. 포장지에 쓰여진대로 따라하면 몇 분만에 뚝딱이다.

그런데 똑같은 상표의 라면도 끓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다. 엄마가 끓여주는 것보다 아빠가 끓인 것이 더 맛있기도 한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분식집 라면이 더 맛나다.

뭔가 대단한 기술이 있을 것같아 아빠나 분식집 주인에게 물어보지만 "그냥 봉지에 쓰여진 대로 끓일 뿐"이란 답만 돌아온다. 그러나 차근차근 따져보면 틀림없이 뭔가 다른 게 있을게다.

"라면 맛은 내 손 안에 있소이다"라며 우쭐대는 서울 신촌의 라면집 '면빠리네(02-324-6574)'주인 최범찬씨, 국내 최대 규모 라면동호회 '라면천국(http://cafe.daum.net/ramyunheaven)'의 운영자 최용민씨와 골수 회원 조은진씨, 그리고 ㈜농심의 라면 마케팅팀 심규철씨 등 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 열변을 토하며 '맛있는 라면 끓이기'입씨름을 벌였다.

▶심규철(심)=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비법은 포장지 안에 있습니다. 라면 개발실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 끓여보고 만든 것입니다.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라면 요~리~사죠.

▶최용민(용)=조리방법이 워낙 간단해 그렇게 말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결코 쉽지 않아요.물의 양만 맞춘다고, 끓이는 시간만 지킨다고 잘 익은 라면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면이나 스프를 넣는 시점에 따라서도 맛에 많은 차이가 나요.

▶최범찬(범)=맞아요. 단순한 것 같지만 무척 복잡합니다. 라면을 끓이는 용기나 불의 세기에 따라서도 맛이 확 달라져요.

▶조은진(조)=포장지 조리법엔 끓는 물에 건더기 스프와 분말 스프를 넣으라고 돼 있지만 저는 찬물에 건더기 스프를 먼저 넣어 물을 끓여요. 그래야 건더기 스프 속의 야채 맛이 충분히 되살아나거든요. 물이 끓으면 스프를 풀고 면을 넣은 뒤 반 정도 익었을 때 뚜껑을 덮고 불을 끈 다음 1분 뒤에 먹습니다. 그래야 면발이 쫄깃해지거든요.

▶심=뜸 들이는 과정을 거치는군요.

▶범=우리집 라면 끓이기는 뚜껑을 쓰지 않아요. 그러니 처음부터 수증기로 증발할 양을 고려해 물을 넉넉하게 잡죠. 그리고 스프를 먼저 풀어 물이 끓으면 면을 넣습니다. 스프를 라면과 함께 끓는 물에 넣은 것보다 면에 간이 잘 배고 찰진 맛이 납니다.

▶용=스프 안의 염분이 물의 끓는 점을 높이고 면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을 한 걸까요. 저는 냄비 대신 라면 전용 뚝배기를 써요. 온도 변화가 냄비처럼 심하지 않아 다 먹을 때까지 라면이 퍼지지 않아요.

▶조=아무리 그래도 라면은 찌그러진 노란색의 양은 냄비에 끓여야 제격이지요. 된장찌개와 뚝배기가 제 짝인 것처럼 말입니다. 뚜껑 위에 면을 올려 돌돌 말아 먹는 재미도 있고요.

▶용=라면과 뗄 수 없는 것이 계란입니다.둘이 환상의 커플인 셈이지요.계란이 들어가는 시점과 방법도 맛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심=그렇긴 하지만 라면 자체의 깔끔한 맛을 즐기려고 계란을 넣지 않는 사람도 많아요.

▶범=면을 넣을 때 함께 넣어 휘휘 저어달라는 손님, 면을 그릇에 옮겨 담은 후 날 계란을 살짝 깨 넣어달라는 손님, 계란을 거품기로 잘 섞어 뜨거운 국물에서 부드럽게 익혀 부어달라는 손님 등 취향도 각양각색입니다.

▶조=파.고춧가루에 김치까지 썰어넣어 끓이는 것도 별미지요. 그런데 요즘 라면가게에선 매콤한 짬뽕라면이 인기인데 어떻게 끓이나요.

▶범=우리 가게에서는 다시마.마늘.고춧가루 등 9가지 재료로 나만의 분말스프를 배합해 씁니다. 그리고 라면을 끓일 때 중국집 짬뽕처럼 신선한 홍합.새우.미더덕.오징어 등 해산물을 넣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해산물에 양배추.양파.당근을 썰어넣고 다진 마늘.고춧가루.고추기름으로 간을 맞추면 충분히 짬뽕라면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조=라면에 방부제를 쓴다던데….

▶심=터무니없는 말입니다. 라면은 끓는 기름에 튀겨낸 것이라 수분이 4-6%밖에 안됩니다. 물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는 것처럼 수분이 모자라 미생물이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방부제를 쓸 이유가 전혀 없는거죠.

▶용=비만을 걱정해 라면을 기피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비만의 소지가 있나요.

▶심=라면 하나가 대략 5백㎉입니다. 삼겹살 1인분에 해당하는 열량이지요. 하지만 어른의 하루 섭취 칼로리는 2천5백㎉입니다. 세끼를 라면만 먹는다고 가정하면 열량이 부족한 셈이죠. 영양적으로도 부족한 게 많아 끼니로 먹을 때는 계란.밥.야채 등과 함께 먹는 게 좋아요.

정리=유지상,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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