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년 57세면 … 58세 이후 임금 줄다 60세 땐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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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A사에 다니는 김모(54)씨는 현재 정년(57세)보다 3년을 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돼서다. 지금 임금체계를 60세까지 그대로 이어가면 57세에는 연 6000만원, 60세에는 8000만원에 육박하는 돈(평균임금)을 받을 수 있다. 회사는 비상이다. 근무기간이 늘어나는 400명 가까운 인력의 인건비만 222억원(2016년)에 달할 것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임금모형을 어떻게 짜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12일 내놨다. 정년 즈음에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모델이다.

 경총이 제시한 임금피크제는 두 가지 유형이다. 각 기업이 운용 중인 지금의 정년을 기준으로 2년 전부터 임금을 떨어뜨려 60세까지 줄여가는 1안과 현행 정년까지는 임금을 그대로 주고, 2017년부터 매년 임금을 줄이는 방식(2안)이다. 1안을 적용하면 현재 정년을 55~57세로 운용 중인 기업은 53세부터 임금을 떨어뜨려 60세엔 현 임금의 60%를 준다. 58세 정년제도를 운영 중이라면 60세가 되는 시점에 70%를 지급한다. 2안은 55~57세 정년을 운영하는 기업은 정년까지는 100% 주고, 이후 확 삭감해 60세 때는 현 임금의 50%를 지급하고, 58세 정년제 기업은 60세 때 55%를 준다.

 이 모형을 김씨에게 적용하면, 1안으로는 55세부터 매년 500만~700만원씩 연봉이 하향 조정된다. 2안을 운용하면 58세 때 1800만원, 이후에는 매년 600만원씩 연봉이 떨어진다.

 이희범 경총 회장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개회사를 하며 이 모델을 직접 설명했다. 이 회장은 “노사 간 충분한 논의와 준비 없이 (정년연장 의무화가) 법제화되면서 산업현장의 혼선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작용 없이 정년 60세 제도를 안착시키려면 기업의 막대한 부담부터 줄여야 한다”며 “임금피크제가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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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연장에 따라 늘어나는 인건비의 60%를 기업이 떠안는 방식”이라는 것이 경총의 설명이다. 나머지 40%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근로자가 일정 부분 부담하고, 일부는 정부지원금으로 채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1인당 연간 최대 840만원을 지원한다.

 이 회장은 “임금피크제는 갑작스러운 정년 연장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라고 말했다. 최대 5년 동안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그동안 호봉승급형 임금체계를 성과형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지만(경영학) 연세대 교수는 “경총이 정부와 노동계에 선제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60세로 정년이 늘어난 것은 임금도 60세까지 제대로 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1세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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