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간신히 지핀 부동산 시장 불씨, 꺼뜨리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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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초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값은 전달보다 0.24% 올랐다. 5개월 연속 상승이다. 미분양 주택 수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도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는 4668건이 거래됐다. 1년 전(1134건)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1월 부동산 거래가 취득세 감면 종료 등에 따라 많이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올 들어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는 뚜렷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바닥론을 거론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KB금융연구소가 최근 부동산중개업자 31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6.8%)이 올해 집값 강세를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이나 골드먼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올해 한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부동산업자나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올해 부동산 시장을 밝게 보는 근거로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다. 부동산 업자들은 전셋값 상승에 따른 매매 수요 전환(46.6%)에 이어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23.8%)을 집값 상승의 이유로 꼽았다. 노무라증권과 골드먼삭스도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모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취득세 영구 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가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그간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 번번이 국회에서 막혀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행이 의심스러운 대책을 시장이 신뢰할 리도, 그런 대책에 따라 긍정적으로 반응할 리도 없다. 정부가 취득세 인하 조치를 발표할 때마다 되레 시장에선 거래 절벽이 생기는 일이 반복된 이유다.

 사실 이번에 통과된 부동산 거래 활성화 입법들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예컨대 양도세 중과 폐지는 지난 정부 내내 사문화됐던 법이다. 해마다 시행을 유예해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수직 리모델링 허용도 큰 호재가 되기 어렵다. 일부 재건축 단지에나 영향을 미칠 뿐이다. 그런데도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심리가 중요하고, 민생 법안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입만 열면 민생 법안을 외치는 정치권이 새겨야 할 게 바로 이 대목이다. 민생은 말로 챙기는 게 아니다. 실제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기준이 돼야 생산적인 국회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냐 ‘경제 활성화’냐를 놓고 관념·이념적 논쟁만 벌이다 되레 민생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여야는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지난해 마무리짓지 못한 경제 활성화 관련 입법을 서두르기 바란다. 그게 간신히 지핀 부동산 시장의 작은 불씨를 꺼뜨리지 않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