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장님은 왜 '오토리스'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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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하는 김모(35)씨는 얼마 전부터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만든 렉서스를 몬다. 캐피털 업체에서 고급 차를 빌려 쓰면 절세에 도움이 된다는 세무사의 권유에 솔깃했기 때문이다. 매달 155만원을 리스료로 내는 김씨는 "리스료 부담이 적지 않지만 나 같은 개인사업자에겐 세금(소득세) 절감 등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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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리스 고객을 잡으려는 캐피털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통 '오토 리스(Auto lease)'로 불리는 자동차 임대 상품은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캐피털사가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를 대신 구입한 뒤 소유권은 회사가 가지며, 고객은 리스료를 내고 이용한다. 임대 기간이 보통 12개월 이상인 데다 번호판에 '허'자를 쓰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렌터카와 다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대형 은행은 물론 미국.일본의 유명 회사들까지 가세해 업계 판도가 크게 바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 왜 오토 리스인가=업계에 따르면 2001년 1600억원 수준이던 오토 리스 시장은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3년 만에 10배가 됐다. 올해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현대캐피탈 도원석 과장은 "미국에선 출고 차량의 40%가량이 오토 리스일 만큼 선진국에선 널리 퍼진 상품"이라고 말했다.

오토 리스가 큰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리스료 전액을 비용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세(稅)테크에 득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직까진 기업이나 개인사업자.전문직 종사자들이 주고객이다. 코오롱캐피탈 전원재 부사장은 "특히 값비싼 수입차를 본인 명의로 사기 꺼리는 고소득층이 많아졌다. 이런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중고차 할부금융과 소액가계 대출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오토 리스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이용자의 보험 경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데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본인이 몰던 차를 사거나 반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 은행들도 군침=현재 시장의 절대강자는 현대캐피탈. 현대차.기아차를 등에 업고 점유율이 50%나 된다. 그러나 추격전도 만만치 않다. 하나은행은 금융 네트워크를 넓힌다는 전략에 따라 지난해 8월 코오롱캐피탈의 주식 15%를 사들였다. 이 은행은 지금까지 34%로 늘린 지분율을 이달 중 증자를 통해 50%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신한은행은 지난달 중순 대우캐피탈 인수전에서 대우자동차판매의 최대주주인 아주산업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우선협상 대상자로 뽑혔다. 이 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 중인 기업을 되살려 자본이득을 얻는 게 1차적인 투자 목표"라면서도 "대우캐피탈이 소화하지 못하는 오토 리스 물량 등을 받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업체들의 발걸음도 재다.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의 금융자회사인 GMAC는 곧 'GMAC 파이낸스 코리아'를 출범시킨다. 우선 GM대우 및 대우차판매 영업망에 대한 금융서비스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회사는 올 3분기 안에 삼성카드와 합작법인을 세워 발을 넓힐 계획이다. 한국도요타자동차도 지난 1일 '도요타 파이낸셜 서비스'를 세워 렉서스 고객들에게 직접 리스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국내외 금융사들이 잇따라 진출하는 것은 수익원 다각화와 함께 우량 고객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좋은 기업.개인사업자들을 미리 선점해 다른 마케팅으로 연결하면 2배, 3배의 돈벌이가 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여신금융협회 이보우 박사는 "경쟁이 격화되면 업체들의 이윤은 적어지겠지만, 이용료 등이 내리고 부대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 리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은 캐피털사에 리스 조건을 문의한 뒤 인감증명서.사업자등록증 등을 가지고 가 계약하면 된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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