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국방 연구원장 「얼레스테어·부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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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동휴전, 미·소「데탕트」등으로 세계는 한결 평화공존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같지만 동서양대 진영은 여전히 근본적인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채 중동·「유럽」·남「아시아」등지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복합적인 요인이 묘하게 교호하는「데탕트」의 장래에 관해 전략문제의 권위자인 영국왕립 국방연구원장「얼레스테어·부칸」씨는「유·에스·월드·리포트」지와의「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모스크바」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은 양국이 대화를 계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전략무기제한회담(SALT)은 양국이 모두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효력이 반감되었고 미·소간의 핵심적인 의제에는 별다른 진전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이해득실을 따져 볼 때 나로서는 답을 얻기가 어렵다. 그러나 양국은 각기 자기 쪽이 손보다 득을 더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닉슨」은「워터게이트」의 질곡에서 일시나마 벗어나「브레즈네프」의 정중한 대접을 받아 체면을 세웠다고 생각하고 있다. 「브레즈네프」또한 미·중공 접근에 극도의 불안을 느끼고 있던 차에 한바탕 시위를 벌임으로써 중공으로 하여금 역시 세계의 두 주역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사실을 재인식시켰다고 뽐내고 있다.
나는「닉슨」이 소련에 진정한 협상의 입장을 떠나 일방적으로 양보만 했다고 주장하는「헨리·잭슨」미 상원의원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민의 비난은 양국이 서로 체제 면에서 친화할 수 없는 깊은 틈을 둔 채 너무 성급하게 정치적인 접근을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것이 바로 양국간의「데탕트」의 취약점이다. 나도 정치·사회체제를 극단적으로 달리하는 양국이 어떻게 기왕에 맺은 협약들을 준수해 나갈 것인지를 관심 있게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양국간의「데탕트」전망은 두 갈래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정치적인 긴장완화와는 관계없이 두 초강국은 비슷한 규모의 군사력 증강을 꾀하고 있다. 따라서 힘으로 승부를 가릴 수 없다는 것을 피차가 알고 있기 때문에 양국은 위기를 공동노력으로 수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다.
둘째는 그와 반대로 양국이 체제를 근본적으로 달리하기 때문에 비록 일시적인 위장이 가능할지는 모르나 지속적인 적대관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이 두 견해를 종합해 볼 때 양국이 공동의 이익이 보장되는 선에서「데탕트」를 존속시킬 것으로 본다.
그런데 만약 적대관계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꼽으라면「티토」사후의「유고」를 들겠다. 국가경제의 자유화가 필요한「헝가리」·「체코」등 동구제국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가 있다.
이외에「평화」가 아닌 불안한「휴전」을 하고 있는 중동,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대치가 노골적인 남「아시아」등지가 화약고임을 강조하고 싶다.』 <「유·에스·뉴스·앤드· 월드·리포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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