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은 피자·치킨·삼겹살 … 알고 보니 ‘탈모 촉진제’ 역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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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호 22면

감추고 싶지만 숨기기 힘든 병이 있다.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는 탈모다. 탈모의 초기 증상은 머리카락이 가느다란 솜털로 변하면서 이마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이다. 어느 순간 정수리가 휑하게 드러난다. 이때부터 머리카락 한 올에 울고 웃는다. 탈모의 조짐이 보이면 많은 사람이 탈모 샴푸를 사용하고 두피 마사지를 열심히 받으며 탈모 예방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는다.

막을 순 없지만 늦출 수 있는 탈모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다. 탈모 유전자(DHT)는 머리카락을 만드는 공장(모낭)을 공격한다. 굵은 머리카락이 자라도록 돕는 모낭 크기를 조그맣게 줄인다. 머리카락 성장 기간도 대폭 단축시킨다. 이 결과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 대신 가늘고 얇은 머리카락이 늘어난다. 결국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지다가 솜털로 변한다. 이 상태가 오래되면 탈모가 심해져 대머리가 된다.

남성은 선천적으로 탈모에 취약하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홍창권 교수는 “탈모 유전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몸속에 있는 5-알파 환원 효소와 만나면 탈모 유전자로 바뀐다. 흔히 대머리가 정력이 세다고 오해한다. 대머리와 정상 모발을 가진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비교했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탈모 유전자가 남성 호르몬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가 다를 뿐이다.

탈모를 재촉하는 생활습관도 있다. 치킨·피자·튀김·삼겹살같이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탈모 유전자를 자극한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을 즐겨 먹으면 탈모 속도가 빨라진다. 동양인보다 미국·유럽인에서 대머리가 더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피부과 이원수 교수(대한모발학회 이사)는 “기름진 음식은 머리카락의 적”이라며 “채식 위주로 먹으면 탈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흡연·음주·카페인도 마찬가지다. 니코틴·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머리카락으로의 혈액 공급을 방해한다. 음주는 모근 피지 분비생산을 늘려 머리카락을 가늘게 만든다. 홍 교수는 “최근 1년 동안 탈모 환자 31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주·흡연 습관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탈모가 심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에 따라 탈모 진행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연구도 제기됐다. 지난해 미국의 한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 92쌍을 대상으로 탈모와 생활습관의 상관관계를 분석·발표했다. 그 결과 이마가 넓어지는 앞머리 탈모는 비듬이 많을수록, 흡연기간이 길수록 심했다. 정수리 탈모는 스트레스·음주·흡연·카페인이 골고루 영향을 끼쳤다.

머리는 아침보다 저녁에 감는 것이 더 좋다. 하루 종일 쌓인 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서다. 샴푸 거품은 5분 이내가 적당하다. 탈모 예방 샴푸 효과를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의학적으로 탈모 예방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계면활성제 같은 화학성분이 두피를 자극해 모발을 건조하게 만든다. 머리를 감은 뒤 충분히 말리고 자는 것도 탈모 예방을 돕는다.

탈모는 일찍 치료할수록 좋다. 이 교수는 “탈모 유전자 활동을 억제하면 효과적으로 탈모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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