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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섭일 특파원「아라비아」반도 기행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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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사「파리」주재 주섭일 특파원은 「에너지」파동이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석유왕국「사우디아라비아」를 이 달 초순 약1주일동안 취재 여행했다. 주 특파원은「리야드」에서 마침「사우디아라비아」를 친선 방문한 장례준 상공장관 일행을 만나 함께 「파이잘」에의 왕궁에 들어가 본 기회를 가졌으며, 왕도「리야드」에서 홍해의 중섬항 「제다」까지 일부는 자동차로, 일부는 항공기로 종단했다. 다음은 본사로서는 박동순 특파원 (동경주재) 에 이어 두 번째가 되는 주 특파원의「아랍」세계「르포」이다.<편집자주>

<낮 평균기온 45도>
【리야드=항공편 연착】수적인 회교국가. 외형이야 어떻든 의식구조상으로는 가장 낙후한 국가「아랍」국가 중 가장 보로서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미지」는 「리야드」를 들어서며 바래기 시작했다. 열사의 한복판에 즐비하게 늘어선「빌딩」군이며 도처에서 눈에 띄는 공사현장의 모습은「사우디아라비아」에도 현대화의 물결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베이루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사소속 「보잉」707기를 타면 바지차림의「스튜어디스」양이「서비스」를 하고 저녁식사는 양고기와 「프랑스」제 「버터」 「치즌」가 나왔으나 주류를 팔지 않는 「모슬렘」특유의 맨숭맨숭한 분위기 속에서 약2시간, 수도 「리야드」공항에 내리자 열대의 열기에 숨이 막힌다.
이 때부터 「허무의 땅」이라고나 표현할「아라비아」사막의 종단이 시작되었다.
맨 처음 부딪친 난관은「호텔」방 잡기. 밤11시30분에 공항을 나온 후 새벽2시30분까지 15개「호텔」을 돌아다녔으나 모두가 초만원-간신히 목욕탕도 없는 시장바닥의「호텔」방을 구해 무더위와 빈대 때문에 뜬눈으로 밝히고 새벽녘에야「호텔」종업원에게 뇌물을 주고서「에어컨」있는 방을 잡을 수 있었다.
이처럼 「호텔」이 만원사례인가 하면 작년 석유파동 때문에 지금 전세계 각국의 사절단·실업가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

<세계 기업인들 성시>
이때만 해도 한국·「기니」·「튀니지」·「스페인」·「터키」등 5개국 정부사절단을 비롯, 「프랑스-아랍」협력위,「프랑스」실업인단 등 사절단만도 18개가 동시에 몰려 들어와 있었으며 유명무명의 세계 실업인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금년 들어 각국 정부사절단이 67개정도 방문했으며 5월에만 41개국 사절단이 올 예정이다. 우리도 정확한 수는 모르겠다. 다만 명백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이 일평생 만날 수 없을 미국GM사장 등 세계 최고의 기업인들을 「호텔·로비」에 있으면 저절로 만나게 될 것이다』라는 관리의 설명이다.
이렇게 연일 쇄도하는 각국의 정부사절단·실업인들이 성시를 이루고 있는「리야드」시는「파이잘」왕의 왕궁 2개와 외무성을 제외한 모든 행정기관이 있는 수도다. 인구 40여만으로 추정되는 이 도시는 무엇인가 부족한 점이 많은 듯한 사막 속의 고도와 같은 인상을 풍긴다.
『술·마약 등 인간을 타락시키고 신의 존재를 망각시킬 뿐 아니라 기도조차 게을리 하게 하는 모든 것을 금지시킨』「모슬렘」의 성전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바」·「카바레」등 술집이 단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극장·영화관 등 오락시설마저 없기 때문이다.

<양주 한 상자 9백불>
이 때 비로소 비행기에서 맥주 2병을 가방에 귀중히 넣었다가 식사 때 꺼내 마시던 2병의 「이탈리아」실업인들의 모습이 떠올랐으며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술로 말하자면「아라비아」인에 있어서는 금주가 생활화되어 있지만 이곳에서 돈을 버는 외국인에게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섭씨 45도의 폭양 밑에서 온종일 찜질을 하며 일한 뒤 한잔의 맥주는 건강을 위해서도 나쁠 것이 없으나 만약 마셨다가 들키는 날에는 1개월 징역에 추방이라는 더욱 큰 제재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항이나 항구의 세관검사는 술과 마약·돼지고기류에 관한 것뿐이었음을 나중에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일본인 기술자 1명은 양주를 밀수하는데 성공, 「호텔」방에서 혼자 마신 것까지는 좋았으나 무심코 버린 술병이 적발되어 1개월 징역살이를 한 뒤 추방되었는데 이 같은 사고는 비일비재.
그렇다고 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제다」항에 입항하는 선원들을 통해 밀수되는 양주 1상자가 6백∼9백 「달러」에 암거래되고 있었다. 술 소비자는 전부 외국인 거주자들이며 징역과 추방을 면하기 위해 술을 마신 뒤 빈 술병을 차에 싣고 한밤중에 사막 한가운데 나가 모래 속에 묻어버린다고 한 프랑스인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술을 이렇게「드릴」있게 마시기보다는 차라리 그 돈으로 「베이루튼」에 나가 주말을 진탕 마시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한다.
시내에는 사당들이 드문드문 있다. 식당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는 식당출입도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 식당의 중요「메뉴」는 「루즈·보하리」·「카밤」·「라함·마수위」등등 ,

<중화음식점 1곳 뿐>
「루즈·보하리」는 쌀과 양고기를 기름에 튀긴 것이며 「카밤」은 양고기 다진 것, 「라함· 마수위」는 양고기를 조그만 덩이로 썰어 구운 음식이다. 이 곳 사람들은 이들 음식뿐 아니라 국까지 손으로 떠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제다」에는「상상하는 나라」라는 뜻인「샹그라라」라는 중국 음식점이 있다. 아마도 이 나라 유일의 동양 음식점일 이 집은 3년6개월 전에 생겼다고.
「명촌」이라는 간판을 함께 달아놓은 이 집도 허가 때문에 말썽이 났는데 그 이유는 모든 중국음식이「모슬렘」이 신성시하는 돼지의 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대신 양고기를 사용하겠다는 조건으로 3번만에 겨우 허가를 받았다는 「명촌」은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언제나 초만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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