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 3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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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월의 첫 월요일. 춘 3월이란다. 계절적으로 들뜨기 쉬운 마음이 도리어 우울하게 가라앉고 있는 것은 잔뜩 찌푸린 하늘 탓일까, 아니면 오늘이 월요일인 탓일까.
언제부터 누가 쓰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월요일을「블루·먼데이」(Blue Monday)라고 부른다. 직역하면『푸른 월요일』이지만, 의역하면『우울한 월요일』이 된다.
한 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가장 우울한 날은 일요일이었다.「다미아」가 부른「샹송」에도『글루미·선데이』라는 게 있었다.
사람은 묘하게도 황량한 겨울보다도 화창한 봄에 더욱 자살에의 충동을 느낀다.
범 속의 인간에게 있어서는 불행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남이 행복해 보일 때일수록 더욱 불행 감을 느끼게 한다.
아지랭이가 끼고 꽃으로 곱게 단장될 봄의 따스한 햇빛 속에 밝은 미소를 남에게서 찾아낼 때 자기의 불행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요새는 그런「글루미·선데이」얘기는 없고「블루·먼데이」가 주로 화제에 오른다. 까닭은 단순하다.
외국에서는 주휴 2일제가 유행되고 있다. 마음껏 휴식을 취하고 다음 5일간을 한껏 일하라는 의도에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운동의 타력이라는 게 있다. 이틀 동안을「골프」장에서 보내든 안방에서 낮잠을 자든, 너무 몸이 풀어진 다음에는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법이다.
그리하여 월요일 아침에는 오히려 몸이 나른하고 머리가 무겁다. 1주일의 일손을 멎는 금요일 저녁에 못지 않게 월요일에 술집들이 붐 비는 까닭도 이런데 있다 고나 할까.
어원을 따지자면「푸른 월요일」이란 사순절을 앞둔 월요일을 말했다. 이날 교회는 푸른 포장을 둘렀던 것이다.
순절이란「그리스도」의 죽음을 상징하는 우울한 동안이다. 이 동안에는 세속적인 쾌락은 삼가야한다.
그런 사순절이 3월에 끼여있다. 따지고 보면 3월처럼 어중간한 달도 없다.
당초에 2월이 짧은 데는 까닭이 있다. 영어에는『얼음의 2월』이란 표현이 있다. 겨울은 지나가고 봄은 아직 찾아들지도 않은 것이 2월이다. 따라서 봄을 하루라도 빨리 맞으려는 마음에서 2월을 짧게 만들어버린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춘 3월이지 아직은 봄이 아니다. 또한 봄이 찾아든다고 반겨야 할 까닭도 별로 없다.
서양에서는 사순절이 지나면 부활제가 있다. 흥겨운 잔치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40일씩이나 정진하는 기간을 끝내 참아가면서 사순절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춘 3월이란다. 부활제는 없다하더라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 든다. 아무리「엥겔」계수가 높아진다 해도 나무에 물기는 오르고 꽃은 핀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줄 잘 알면서도 그래도 살아 가야한다. 아직도 춘 3월이란 말의 매력이 살아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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