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드」영국수상의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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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에드워드·히드」영수상의 보수당정부는 산업의 마비와 대량실업을 초래하게 될 석탄노조의 전면파업 단행 결정에 직면하여 이에 굴하지 않고 총선거 실시로 국민에게 신임을 묻는 단안을 내렸다.
의원내각제의 영국은 5년의 의부임기가 만료되기 전에라도 집권당에 대한 불신임이 가결되거나 주요 정책을 싸고 국민에게 신임을 물을 필요가 있을 때에는 총 선을 실시하는 관례를 가진 나라이다. 그렇기는 하나 미리 국민에게 공약한 정책의 고수를 위해 노조의 요구에 굴하지 않고. 정권의 운명을 거는 모험을 감행하기로 한「히드」수상의 영단은 다시 한번 영국민주정치의 역량을 과시하는 처사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보수당정권이 2월28일의 총 선에서 다시 다수당으로 국민의 수임을 받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1천만회원을 지닌 전국노조총회(TVC)를「백본」으로 하는 노동당이 승리하여 집권하거나 간에, 새 정부가 과연 노조 측의 엄청난 노임인상요구와 대결하여 영국경제의 파탄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데 있다 하겠다.
노조의 과대 비대 현상과 이들에 의한 주기적인 노임인상요구가 자칫「인플레」를 앙진 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현상은 선진공업국들에는 하나의 불가피한, 그러나 위험한 사회적 긴장의 요인이 되고 있음은 주지하는바와 같다. 특히 이러한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영국에서는 스스로 이를 불치의「영국 병」이라고까지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70년 6월의 총 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보수당에 패한「해럴드·윌슨」전 수상의 노동당정부도 그 집권말기에 가서는 조직노동세력의 악순환 적인 임금인상요구에 시달리던 끝에 파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내기까지 했었던 것이다.
「히드」수상의 보수당은 70년 선거에서 노임인상요구의 억제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한 후, 이 공약 이행의 일환으로 3단계의「인플레」억제책을 써왔다.
지난 3개월 동안 전기·철도노조의 파업과 탄광노조의 태업 및 초과시간 노동중단 등으로 영국 전체산업의 주3일 가동이라는 변태를 가져오고 만 것도 노임인상의 상한선을 넘는 노조요구에 굴하지 않겠다는「히드」정부의 방침 때문이었다.
따라서「히드」수상은 국민여론이 보수당에 유리할 때 의회를 해산하고 총 선을 실시할 수 있었으나 탄광노조의 위기를 처리 못하고 국민에게 달려가 재 신임을 묻는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단안을 내리지 않고 선상한선 수락·후 재조정의 최후 타협안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탄광노조가 시한을 정해 전면파업으로 실력행사를 결성하고 나선 것은 정부로 하여금 양자택일을 하도록 도전한 것이라 하겠다.
이 같은 정세 하에 이번 총 선의 결과는 좀처럼 예측을 불허하지만,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보수·노동당의 싸움 때문에 중도적인 자유당이 대량 진출, 영국의 헌정사상 극히 드물 만큼 많은 의석을 확보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는 경우, 영국에서는 전후처음으로 다수의 자유당의원이 입각하는 연립정부가 성립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결과적으로는 조직노동운동과 관련하여 다시 정치적 불안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또 노동당이 다수당으로 집권하면 영국의 구 공시 가입조건을 재협상 하겠다는 노동당공약 때문에「구주국가」로 발을 들여놓은 영국의 앞날과 구 공시에도 한 차례의 파란이 예상된다. 영국국민은 이제 단순히『이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정부인가, 노조인가』하는 설문이상으로 모호한 선택에 직면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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