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난국이길 자세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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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종필 국무총리는 26일 저녁 전국「텔레비젼」및「라디오」방송망을 통한 특별방송을 통해『최근 헌법을 고쳐야 한다느니, 가두에서 서명운동을 벌이자느니,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느니 하는 일부사람들의 얘기는 허용되는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하고『정부는 국민을 편안하게 보호하고 계속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는 국민으로부터 수임 받은 일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세상을 시끄럽게 하거나 선동하고 어지럽히는 행위를 다스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설요지 3면에>
김 총리는 밤9시부터 l시간40분에 걸친 방송을 통해 국내외상황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국민 모두가 자기분수를 지켜 유신체제에 도전하는 행위를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군사적 방위와 정치적·사회적 안정이라는 이중적 안보체제를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고 통일의 기반을 이룩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유신체제에 대한 본질적 차원에서의 도전은 우리의 국가적 안전이 허락할 수 있는 자유의 한계선을 벗어나는 행위』라고 말한 김 총리는『정부는 국민과의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으나 대화란 같은 광장에서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헌법을 고치자는 사람들처럼 엉뚱하고 이질적인 위치에서면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총리의 방송요지는 다음과 같다.
▲시련을 극복하려면 국민이 슬기로운 단결과 내일을 지향하는 굳은 의지로 정부를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북한동향 주시해야>
북한은 학생과 종교인들의 술렁거림을 그들의 이른바 혁명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엉뚱한 선동조작까지 해 가며 남북대화마저 중단시키고 있다.
유신체제는 공산주의자들과의 대결에서 우리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내일의 번영을 위해 국력을 조직화하여 합리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가자는 것이다.

<과도한 괴로움 안다>
유신 1년을 회고했을 때 시행착오도 있었고 국민에게 과도한 괴로움을 주었던 것도 시인한다.

<우국의 발언 인지>
▲학생들이나 일부 인사들의 발언 중에 정부이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좋은 발언이 있었음을 인지하고 이를 숙연히 듣고 과감히 시정해 나갈 생각이다.
너무 관념적으로 논리만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있으나 지난날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우리는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 공리공론에만 치우쳐 실천을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 뿐 이다. 유신은 철저한 사전대비를 위한 체제다.

<명년위기설 이해란>
▲어떤 사람들은 내년 3월이나 4월이 되면 위기가 온다고 하는데 그 저의를 알 수 없다.
한참 학생들이「데모」를 할 때 문리과대학의「데모」주동학생이 죽었다는 소문을 유포시켰다.
그런「데마」를 듣고는 격분해서 나온 학생들도 있다고 들었다.
별별 유언비어를 유포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불신이라고 한다. 도대체 그 유언비어를 누가 유포 시켰겠는가.
어찌 이사회가 그 정도로 스스로 불신의 씨들을 뿌리고 다니게 되었는지는 정부는 정부대로 여러 가지로 자성을 하지만 그와 같은 들뜬 얘기에 좀더 신중한 상황판단을 해달라.
온 세상이 시끄러워져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기대한다는 말인가
▲우리국민 모두와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내년에 요동이 있어선 안된다.
요동이 있으면 경제적 혼란이 오고, 배가 고파지면 그러면 북한 공산주의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게 된다.

<부조리 청산에 최선>
정부도 최선을 다해 서정을 쇄신하고 부조리는 청산하며 굳은 결의로 노력하겠다,
북한공산당은 이른바 남조선혁명을 기본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치적·사회적으로 불안한 사태를 빚으면 북한공산당이 원하는 대로 되며 또한 그들은 갖은 수단방법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려 하고 있다.

<자유 폭 확대는 뒤에>
▲정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유쾌하게 면학할 수 있는 뒷받침을 해준다고 약속했다.
아직도 가난하기 때문에 시설도 모자라고 환경도 미비되고 불만스러운 것 잘 알지만 나라에 여유가 생기는데 비례해서 환경을 고쳐 나가야 한다.
언론인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했다. 남의 나라가 어떻게 한다는 것은 기준이 안된다. 왜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언론인답게 자세정립을 못하는가. 정부가 그동안 좀 관여했던 것 잘 안다. 앞으로는 관여하지 않겠다. 이제는 언론인의 손에 의해 한국의 처지에 맞는, 우리분수에 맞는 언론을 자유의 규범 속에서 창달해 달라.
종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자기분수에 넘치는, 그리고 자기위치에 훨씬 벗어나는 월선 행위를 할 때 나라는 어지러워진다.
나라가 어지러워져서 좋은 일은 하나도 없다. 경제적·정치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 바탕 위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폭을 좀더 넓혀 나가자. 정부는 국민 속에 뛰어들어 봉사하겠으며, 안되거든 나중에 책임 추궁하라.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시간도 되기 전에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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