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재발 가능성 없다"|소 과학 아카데미 연구원「시바에프」와「인터뷰」|<동경=박동순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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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열리고 있는「소비에트」우주개발전 참석차 일본에 와 있는 소련과학「아카데미」동양학 연구소원「빅토르·아바노비치·시바에프」씨는 지난 13일 밤 동경의 한국연구원에서 있었던 짤막한 강연에 이어 16일「시스오까」현「시미즈」시에 있는 동해대학의 우주 개발 전시장에서 기자와 2시간동안 만났다.
「시바에프」씨는 앞으로의 한·소 관계에 대해『신임 김동조 외무장관이 가까운 장래에 소련과의 관계를 개선토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어떻게 개선하려는 것인지 한국측의 구체적 움직임을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면서『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과 소련이 상호 승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는 양국간의 인적교류전망에 대해『외교관계가 맺어진다면 나는 초청을 받아 한국에 갈 수 있을 것이지만 경제·문화·「스포츠」분야의 교류보다는 외교적 승인이 선결문제』라고 말했다.
「시바에프」씨는 또『한·일 관계는 극히 미묘하다. 때로는 악화했다가 때로는 호전하는 변화무쌍한 양상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장래를 뚜렷이 전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김대중 사건 이후의 지금의 한·일 관계는 악화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 회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본과 북한간의 관계는?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으나 한국의 반대 때문에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를 가까운 시일 안에 정상화 할 것인지 여부를 명확히 점치기는 어려우며 좀더 사태를 정관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관계의 전망은?
『현 단계로서는 뚜렷한 전망이 어렵다. 남북회담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즉각적인 통일에의 밝은 전망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한반도에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한국이 북한에 대해 전쟁을 도발하지는 않을 것이며 할 수도 없다고 본다. 동시에 중공이 북한을 지원해서 전쟁을 일으킨다고도 생각할 수 없다. 한반도에 전쟁이 재발하면 세계전쟁으로 확대될 것이 명확하다.』
-지난 50년의 한국전쟁에서 남북 어느 쪽이 먼저 공격했다고 생각하는가?
(웃으면서 고개를 기웃거리다가)『지금까지 나온 각종 저서들을 보면 양론이 있는 것 같다』(고만 말했다. 그리고 한국 전쟁에 언급한「흐루시초프」회상록은 본 일이 없으며 일본어판 얘기를 하자 정말 원본이 실재하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어떤 내용이냐고 궁금해했다)
-최근의 극동지역에서의 긴장완화 움직임에 대한 의견은?
『각국이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그러나 중공은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바에프」씨는 전문학교에서「러시아」문학강의를 맡고 있는 부인과 단 두 식구이며『김치를 특히 좋아해서 동양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한인계 연구원 집에 가서 자주 먹는다. 평양에 갔을 때는 불고기·김치·국수를 즐겨 먹었다』면서 입맛을 다셨다.
「시바에프」씨가 이밖에 한국과 한국인에 관해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학「아카데미」에는『우리민족의 나아갈 길』『국가와 혁명과 나』등 박정희 대통령의 저서도 있다. ▲소련에는 한국계 사람으로서 과학「아카데미」역사 연구소원인「막심 김」·동양학 연구소원인「게오르기·김」등이 있는데「게오르기·김」은 동경의 한국 연구원 초청으로 내년 1월이나 2월에 일본을 방문하겠다는 편지를 연구원으로 보낸바 있다. ▲한인계 체조선수「네리·김」은 몇 해 안에 세계적 선수로 본격적 각광을 받을 것이다. ▲「타슈켄트」부근에 있는「콜호즈」책임자인 한국인은「소비에트」노동 영웅 칭호를 받기도 했다. ▲과학「아카데미」에서는 한국의 신문 2가지를 일본에서 수입해서 보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한 신문이 소련에 대해서 지난3.4월에 쓴 기사는 내용이 좋지 않았다. 「모스크바」에 돌아가면 중앙일보를 주문해서 구독할 생각이다. 중앙일보가 지금까지 게재한 소련 관계기사「스크랩」을 준다면 소련에 가져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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