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넘는 국제대회 국회 동의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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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누리당이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국제경기대회 유치 경쟁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당 전략기획본부장인 김재원 의원은 13일 지자체가 국고지원 요청액 20억원 이상, 총사업비 100억원 이상인 국제대회 유치를 추진할 때는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국제경기대회지원법안을 발의했다.

그간 일부 지자체가 단독으로 대회 유치를 추진하다 수천억원대의 재정 부담을 지운 것은 물론 대회를 치른 후 관련 시설을 활용할 방안이 부실해 두고두고 재정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3수’ 끝에 유치에 성공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경우 올림픽 이후를 염두에 둔 종합계획이 없는 상태다. 평창의 경우 12조8485억원의 사업비 중 국비 7조353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본지 1월 11일자 3면>

 지자체가 단독으로 추진하다 수천억원대의 재정 부담을 지운 대표적인 경우가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이하 F1대회)다. 전남도가 정부 승인 없이 2006년 유치한 F1 대회는 민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1001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까지 네 차례 F1 대회를 치르면서 누적 적자가 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대회는 무산됐다.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도 애초 민간투자사업으로 승인을 받았지만 지자체 부담으로 사업계획을 바꿨고, 국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최종 변경됐다. 이 밖에 2015년 광주 여름 유니버시아드 대회, 2015년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등 국제경기대회지원법이나 특별법으로 재정이 지원될 사업도 예정돼 있다.

 이러다 보니 국제 경기대회를 지원하는 국비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회는 1일 올해 예산을 처리하면서 인천 아시안게임에 1087억원, 2015년 광주 여름 유니버시아드에 819억원을 국비로 지원키로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청한 821억원보다 266억원 늘었고, 광주 유니버시아드 지원금도 105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해 자치단체장이 국제대회 유치신청을 하기 전에 지방의회 의결과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긴 했으나 이젠 국회가 사전 통제에 나서겠다는 것이 이번 법안 발의의 취지다.

김재원 의원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치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하고 그 빚은 지역주민과 국민 부담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제경기대회 유치가 합리적으로 이뤄져 예산 낭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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