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본부="김영희·" 장두성 특파원>
김 장관의 연설은 북한 사람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였는지 이종목이 연설한 14일처럼 북한 대표들은 모두 나와서 김 장관의 연설을 들었다.
이종목은 자신이 연설할 때처럼 꼿꼿이 앉은 자세로 연방 줄담배를 피우면서 이어폰을 꽂고 김 장관의 연설을 노어 통역을 통해 들었다. 「말리크」 소련대표 연설 때 그냥 들은 것을 보면 이의 노어 실력은 상당한 모양.
이종목의 뒷자리에 바짝 붙어 앉은 통역은 김 장관 연설요지를 깨알같은 글씨로 계속 「메모」하여 이에게 건네주었다.
김 장관이 연설을 시작할 때 많은 한국인들의 시선은 「말리크」 소련대표에게 쏠렸다. 지금가지의 관례대로 한국대표의 연설을 이번에도 퇴장으로 「보이코트」 할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리크」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연설을 들었다. 소련이 최근 한국에 대한 태도를 상당히 완화하고 있다는 징조가 이날 「말리크」의 태도에도 나타난 것이다.
황화 중공대표는 늘 그렇듯이 김 장관 연설 중에도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 있었다.
김 장관은 이번 「유엔」 연설이 장관으로서는 두 번째, 통산하면 여덟 번째이다
이번 김 장관의 연설어조는 남북한이 동시에 참석한 첫 토론이어서 인지 무척 격양된 편.
아마도 타국 대표단 외에 북한 「업저버」단이라는 특수청중을 의식한 것도 이유의 하나인 것 같다.
특히 연설 끝머리에 가서 『나의 북한 형제들인 여러분들에게...』라고 말머리를 잡아 남북한 동시가입을 연설할 때는 감격 때문인지 목소리가 약간 떨리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센티멘털리즘」은 그의 연설에 한층 더 호소력을 줬다.
북한 부외상 이종목이 「유엔」 사상 처음으로 한국어 연설을 한 것은 우리 대표단에게도 약간의 논란을 일으켰다.
기자들이 『김 장관도 우리말로 할 작정이냐』고 묻자 『우리말로 해도 괜찮고, 영어로 해도 괜찮고...』라 면서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냐』고 오히려 반문,
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대표나 자문위원들에게도 의견을 구했는데 『지금까지 영어로 해오다가 새삼스레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결국 영어로 하기로 결정한 것.유엔>
김 외무 연설에 이종목은 줄담배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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