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삶은 폭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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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지방이 16일 35도2분으로 올 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말복이 지나고도 전국이 연일 32∼35도의 무더위다. 중앙 관상대는 태풍 「아이리스」의 영향으로 17일부터는 더위가 다소 수그러지고 이후로는 예년 기온과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지만 올 여름 더위는 그 기간이나 기온이 모두 기록적인 것이 되고있다.

<세계적인 이상현상>
지난겨울은 또한 50년만의 난동 현상을 보였었다. 기상이변. 올해의 이러한 기상이변은 우리 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아프리카」 「필리핀」·「인도네시아」·인도 등이 역사상 최악의 한발 속에 신음하는가 하면 지난 15일에는 「이란」이 고도의 몸서리치는 더위가, 몰아닥쳐 인명피해를 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여름철 동해안의 오징어 잡이가 흉어를 맞는 대신 때아닌 명태가 잡힌다는 괴이한 소식이다.
북대서양은 유빙이 늘었고 「캐나다」동단의「허드슨」만엔 빙산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자구가 제5빙하기로 접어들기 위해 소빙 하기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하는 견해를 갖고있다.
올 여름 더위의 특징은 우선 그것이 너무 일찍 시작 된데서 비롯된 것으로 기록에 나타나있다.
예년 같으면 서울지방에서 30도 이상의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것은 7월22일부터다. 그러나 올해는 20일 가량 앞당겨진 3일에 벌써 30도를 넘어섰고 7월말까지 겨우5일을 빼고는 내리 계속 30∼34도의 뙤약볕이었다. 각급 학교가 조기방학을 실시하는 등 소동을 벌여야 했다. 7월1일 32도4분으로 시작된 대구의 더위는 7월 한달을 통틀어 30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단3일뿐, 35도 이상이 14일이나 됐다.

<대구 35도 이상 24일>
서울에선 32도 이상이 11일이나 되고.
대구지방의 예년 기온은 7월15일에 30도를 겨우 넘어섰었다.
그러나 올해는 30도 이상은 고사하고 국민교가 조기방학을 실시하기 전인 10일에 이미 37도, 15일은 36도9분으로 수은주가 치솟았다.
또 기록에 따르면 서울이나 대구가 모두 예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인 날은 각각 4일밖에 안 된다.
또 서울의 7월 예년 최고기온은 30도 이상이 11일 밖에 안 되는데 올해는 30도 이하로 떨어진 날이 단7일밖에 안되고 대구는 7월중 30도 이상이 17일인데 올해는 단3일이 30도 이하였다. 그것도 7월5일부터는 31일 단 하루가 30도 이하이고 내리 26일 동안이 평균 34∼36도였다. 말하자면 중간에 겨우 하루 이틀(서울의 경우 3일) 어쩌다 기압골의 통과로 조금 떨어졌을 뿐 숨쉴 새도 없이 계속 맹위를 떨친 셈이다.
8월 들어 더위는 조금 주춤했다. 7월29일부터 지역별로 간간이 내린 비 때문이었다. 그래서 서울지방은 5일까지 30도 이하의 분포를 보였고, 대구에선 모처럼 예년기온보다 낮은 날이 단3일 나타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서울에선 6일 들어 30도8분으로 다시 더워지고 8일부터는 또 예년기온을 넘었고 14일부터 34도를 넘어선 뒤로 15일 34도5분(7월18일과 같은 기온), 16일에는 올 들어 최고의 35도2분을 「마크」했다.
대구는 1일의 31도9분으로 조금 떨어진 뒤 3일까지 주춤하다 이후로 거의 보름째 33∼36도의 불바다였다.
7월1일부터 8월16일까지 46일 동안에 서울에선 11일간, 대구에선 4일이 30도 이하였다. 관상대는 7월 초순∼중순에 있어야할 장마가 단8일이란 기록적 단시일로 끝난 것이 올 기록적 무더위의 커다란 원인이고, 그 이유는 일본∼「시베리아」의 광범위한 대기권에 형성된 「고기압의 언덕」(「블로킹·하이」현상)이라 설명하고 있다.

<8일 장마 최단 기록>
이 「블로킹·하이」는 7월2일부터∼13일까지(태풍「빌리」로 허물어짐), 7월18일∼말일까지, 8월3일부터 1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한번 형성됐다 하면 보통 보름 가까이 무너지지 않아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 나라를 꼼짝 않고 덮치고있어 한증탕 같이 자꾸 공기가 더워지기만 했다는 것이다.
사실 기록상으로는 우리 나라에서 제일 더운 달은 8월이다. 올해의 8월 더위가 극성이긴 하나 7월초부터 더위가 너무 일찍 시작됐기 때문에 더 한층 더위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년 기온으로 보아 7월중 30도 이상은 서울에선 22일부터, 대구에선 15일부터지만 8월은 모두 25일까지가 30도를 넘고있다.
사람들은 흔히 8월에 들면서 가을의 문턱을 알리는 입추·말복·처서 등이 있어 기분상 더위가 다 가신 것 같이 착각하지만 기록은 8월이 7월보다 덥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남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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