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국립대 교수 줄줄이 재임용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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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방 국립대 교수들이 연구 실적이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속속 퇴출되고 있다. 지금껏 국립대 교수는 대체로 한 번 임용되면 정년이 보장됐다는 점에서 국립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대는 내년 3월 1일자 전임교원 재계약 대상자 중 연구실적이 부진한 의대 조교수 1명, 자연대 조교수 1명과 재임용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4년 안에 수준을 인정받은 학술지(SCI급)에 주(主) 저자로 논문을 1편 이상 실어야 한다는 조건을 맞추지 못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전북대가 상대 부교수 1명과 인문대 부교수 1명을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역시 논문 발표 점수를 채우지 못해서다. 이 학교는 지난 8월에도 연구실적 부진을 이유로 공대 조교수 1명을 면직처리했다. 경북대 또한 지난 26일 의과대 조교수 1명을 재임용하지 않기로 했다. 재임용 조건인 ‘2년 동안 논문 실적 200%’를 달성하지 못해서다. 이 학교는 혼자서 논문 1편을 쓰면 100%로 인정하고, 2명 70%, 3명 50%, 4명 30% 등으로 차등 부여한다. 해당 교수는 논문 5편을 썼지만 모두 4명 이상이 쓴 것이어서 150%만 인정받았다. 이 교수는 내년 2월 말 자동 퇴직 처리된다. 경북대는 2011년 미국인·영국인 조교수 각 1명씩을 논문실적 미달을 이유로 탈락시킨 바 있다.

 이 같은 지방 국립대들의 움직임은 개인 비리만 아니면 정년을 보장했던 관행을 깬 것이어서 주목된다.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곧 대대적으로 벌어질 대학 구조조정에 대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현재 55만9000여 명인 대학 입학정원을 2020년까지 40만 명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오히려 부실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경쟁력 등을 평가해 정원을 차등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우수한 대학이 학생을 많이 뽑을 수 있도록 한다. 그러니 대학이 학생을 충분히 유치해 살아남으려면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방 국립대들이 관행을 깨고 엄격한 재임용 심사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교육부 박백범(53) 대학지원실장은 “대학 구조개혁을 앞둔 상황에서 지방 국립대들 스스로 자체적인 개혁에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경호·서형식·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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