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놓고 소총 든 최희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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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은 내가 가야 할 길이다. 새미 소사처럼 홈런타자가 되겠다. "(2002년 9월 9일)

"홈런을 못쳤다고 초조해 하지 않는다. 스윙을 짧게 하고 강하게 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3년 3월 13일)

두 발언 모두 '빅 초이' 최희섭(24.시카고 컵스.사진)의 코멘트다. 첫번째 것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뒤에 나온 것이고, 두번째 것은 13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메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3타수1안타(중전안타)를 친 뒤의 것이다.

6개월 사이 최희섭의 목표가 바뀐 걸까. 기록만 놓고 보면 최희섭은 홈런 욕심을 버린 듯하다. 13일 현재 최희섭은 11경기에 출전, 8안타(25타수)를 쳤다. 홈런은 하나도 없고, 2루타가 2개다. 나머지는 모두 단타다.

교타자로 변신한 최희섭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높은 타율(0.320)이다. 최희섭은 현재 외야수 트로이 오릴리(10개)에 이어 팀내 최다안타 2위를 달리고 있다. 바로 코칭 스태프의 지도를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컵스의 신임 감독 더스티 베이커는 최희섭에게 "어퍼스윙이 필요 없다. 레벨스윙이 좋다"고 조언한 바 있다. 개리 매튜스 타격코치도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치라"고 지시했다.

큰 것보다는 정교하게 때리라는 말이다.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 '모범생' 최희섭은 비록 대포는 잃었지만 신인선수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코칭 스태프의 '믿음'이라는 실리를 얻었다.

그렇다고 최희섭이 '홈런의 길'을 포기한 것일까. 아니다. 최희섭은 "팀 동료 소사도 아직 홈런이 없다. 간결한 스윙을 하라는 지적에 70% 정도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여유있는 웃음 뒤에 '코리안 슬러거'의 꿈이 꿈틀거리고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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