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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서울대 융합 인재 양성, 전적으로 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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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대의 ‘융합 인재 양성론’이 ‘대학서열 심화론’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됐다. 서울대는 2015학년도부터 의대·치의대·수의대에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입시안을 내놓았다.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 융합학문의 시대정신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교육현장의 혼란을 내세워 서울대에 연기를 요청했다. 교육부도 “서울대가 외고·국제고 상위권 학생을 싹쓸이할 수 있다”며 대교협을 거들었다. 결국 서울대는 27일 교차지원 확대 방안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문화기술, 로봇, 디지털영상, 의료경영, 건축디자인, 빅데이터…. 누구나 미래 학문·직업군으로 꼽는 분야다. 인문학·자연과학·공학·예술·사회과학이 합쳐지지 않으면 큰 성과를 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21세기 학문·직업의 흐름은 융복합이다. 한 분야만으로는 복잡한 사회현상을 제대로 진단하기도,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도 어렵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교육의 틀을 바꾸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교육부·교육단체는 난색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고교 때부터 문·이과로 나눠 공부하고 대학 진학 때도 거의 교차지원을 할 수 없는 기형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문·이과 구분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유례가 없는 교육정책이다. 100년도 전에 일본이 압축성장을 위해 구분해놓았던 기조가 21세기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문·이과 통합 논의가 나왔지만 결국 2018년 이후로 연기됐다. 현실만 보면 통합의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교과서·수능을 바꿔야 하고 교사도 전환배치해야 한다. 대학 서열화와 교육현장 혼선이라는 단골 반대논리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다가 수십 년을 그냥 흘려보냈다. 서울대의 교차지원 확대 논란을 계기로 정부는 문·이과 통합 일정을 분명히 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길 바란다. 교차지원 대상 전공도 더 늘려주는 게 맞다. 현실만 고려하다가 영영 시대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