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화기금의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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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럽」공동체(EC)는 3일 「유럽」통화기금을 명6일부터 발족시키기로 결정함으로써 EC역내의 단일통화실현에 일보 접근하게 되었다.
이는 그 동안의 발전과정을 되돌아 볼 때, EC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석탄·철강·원자력에 대한 공동정책에서 출발하여 공동관세정책의 성취, 그리고 공동농업정책의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역내각국의 이질적 요인을 단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EC를 하나의 경제적인 통합체로 발전시키려는 준비기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EC는 이제 이러한 준비작업을 완료하고, 다시 단일통화체제를 실현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며, 그 시발점으로서 구주통화기금이 등장케 된 것이다. 구주통화기금은 EC안에서 오늘날의 IMF보다 강력한 기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구주의 금융 및 통상정책을 규제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위를 굳혀 나갈 것이 분명하다.
물론 EEC 6개국과 새로 가입한 3개국사이에는 아직도 조정해야할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구주통화기금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 데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을 요할 것이지만, EC제국이 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은 EC가 그동안 쌓아올린 실적으로 보아 의문의 여지가 없다.
EC가 완전한 하나의 경제단위로 성장함에 따라서 세계통화 및 무역구조면에는 앞으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것임도 예측키 어렵지 않다. EC는 이제 구주계산단위(EMU)를 창설함으로써 독립된 화폐를 창조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었으며, EC안의 각국통화는 궁극적으로 이에 통합 흡수되어갈 공산이 짙다. 따라서 세계무역의 45%수준을 차지하고 선진공업국간 무역의 근70%를 점하는 「유럽」이 단일통화권을 형성해 간다는 것은 곧 새로운 국제통화의 창설과 유사한 성격을 띤 것이다.
EC는 이러한 강력한 잠재력을 보유함으로써 「달러」파동의 수습과 새로운 국제통화 및 통상협상에 있어 종래 보다 월등 강력한 입장에 서서 협상을 주도하게 될 것이므로 세계경제의 중심무대는 미국으로부터 차차 구주로 옮아갈 추세에 있다.
한편, EC의 확대강화는 상대적으로 일본과 미국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이므로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새로운 정세에 대응할 것이냐도 주목되는 바라 하겠다. 세계경제는 바야흐로 「달러」권, EMU권, 그리고 「엥」권으로 3대분 되고 있는 것이지만, EC권의 상대적 강세와 미·일 경제의 깊은 상호의존성으로 보아 「달러」권과「엥」권은 태평양권이라는 중복요인을 내포하면서 분화될 가능성을 내포한데 불과하다.
사리가 이와 같기 때문에 일본과 미국이 고정 환율제로의 조속한 복귀를 실현시켜 기존 「달러」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반해, EC는 변동환율제를 지속하여 협상타결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이래서 EC의 강화는 오히려 통화 및 통상협상의 장기화를 불가피하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EC권과의 경제적 관계가 아직 미약한 우리로서는 이점, 특히 배려해서 현재의 수출구조·자본협력관계 등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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