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과학화|정근모(한국 과학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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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 국민의 과학화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은 각자가 모두 한가지씩의 기술을 습득하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몸에 익혀 「기술사회」의 공민으로서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 운동의 요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국민의 과학화 운동은 하나의 교육운동이며 일선 교육자들이 이 운동의 선도적 역할을 맡아야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술을 습득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 방식을 몸에 익힌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나는 숙련을 요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우리의 습관과 사고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자는 것이니 가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겠다. 이 두 가지는 모두가 계획적인 교육을 통하여서만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내용도 충분한 연구나 검토를 거쳐 개선해야할 것이며 교육방법도 새로운 수법을 필요로 할 것이다. 또한 「전국민」의 교육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정상적인 학교교육뿐 아니라 집안에서, 직장에서도 시행해야할 교육 문제라고 판단된다.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조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우리 학생들이 과학기술이란 어렵고 재미없고 실감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감이 가지 않는 교육내용이 재미있을 리 없고 재미없는 것이 배우기 쉬울 리 없는 만큼 우리가 쓰고 있는 교육내용이 현실과 너무 동 떨어져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간다.
학생들의 주변에서 찾을 수 없고 학습 후 자신들이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육소재를 찾아서 가르쳐야 하겠다. 생활의 과학화를 배워야할 학생들에게는 생활속의 내용이 바로 교육내용이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실험기구가 부족한 우리 살림에서는 자칫하면 교과서와 「노트」중심의 과학기술교육에 끝나기가 쉽다. 기능을 길러줘야 하는데는 더욱 실험실습이 긴요한 것이다. 과학기술교육에 사용되는 실험기구가 일상 생활에서 흔하지 않은 것은 교재내용이 생산과 떨어진 때문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기구부족으로 실험을 등한히 하는 현재의 교육방법도 교재내용을 실생활에서 찾음으로써 용이하게 실험실습을 통한 교육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리라 믿어진다. 오늘날의 교육이 학교교육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가정교육, 성인교육, 계속교육 등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계속적으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생활의 과학화는 바로 생활의 바탕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다. 학원과 학교시설이 학생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개방되어야 하며 학교나 교육자는 학생만을 가르친다는 좁은 영역에서 사회에 대한 봉사라는 큰 영역으로 활동범위를 넓혀서 적극적으로 성인교육, 계속교육의 기회를 마련하여야 하겠다.
이러한 국민의 과학화를 위한 교재개편, 교육방법의 개선, 학원영역의 확장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일들은 시대의 요청으로 국가발전에 기틀이 될 것이다. 이들 새로운 일들은 모두 장기적인 안목에서 치밀한 계획으로 시행되어져야 하며 이번 「전 국민의 과학화 운동」을 교육의 지침으로 삼아 국민 모두가 현대 기술사회의 일원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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