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백인엽 예비역 중장 90세로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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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엽 장군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동생이다. [뉴시스]

국군 창군 원로이자 백선엽(白善燁·93) 예비역 대장의 친동생인 백인엽(白仁燁) 예비역 중장이 1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90세.

고인은 1923년 평남 강서에서 태어나 평양 숭실고등보통학교와 일본 메이지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일본 육군항공학교를 졸업한 뒤 45년 평양에서 민족지도자 조만식 선생의 경호대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소련군이 조 선생을 감금하자 45년 12월 형과 함께 38선을 넘어 남하했다. 46년 군사영어학교 1기로 임관했으며 48년 육군 제17연대장에 임명됐다.

6·25전쟁 때인 50년 8월에 수도사단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수도사단은 경북 청송 부근에서 북한군 포위공격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국방부가 지휘책임을 물어 사단장 교체를 결정했는데 신성모 국방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전쟁을 잘하는 사람을 사단장에 임명하라”는 지시를 받고 고인을 추천해 재가를 받았다. 그의 나이 27세. 국군 역사상 최연소 사단장이었다. 이후 북한군 12사단을 타격해 낙동강 방어선의 중동부 지역을 사수했다.

인천상륙작전에 국군의 참전이 정해지면서 이 대통령은 지휘관 선정을 놓고 고심했다. 그때도 신 장관이 고인을 추천했다. 다만 고인이 이미 사단장인데 작전에 참여하려면 다시 연대장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신 장관이 의사를 묻자 고인은 “전쟁을 하는데 사단장이면 어떻고 연대장이면 어떤가. 중대장도 괜찮다”며 수락했다고 한다. 고인은 50년 9월 자신이 이끌던 17연대를 이끌고 인천 상륙에 성공했으며, 서울 탈환을 위해 잠실에서 도하작전을 실시해 남산을 점령하고 망우리에서 북한군의 퇴로 차단을 맡았다.

고인은 휴전 이후 9사단장·1군단장·6군단장·육군본부 관리참모부장을 역임하고 60년 육군 중장으로 예편했다. 교육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은 58년 인천의 성광학원이란 사학재단을 인수, 65년 선인학원(善仁學園)으로 개칭했다. ‘선인’이란 이름은 고인과 형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 인천대·인천전문대·선인고·인화여고 등을 포괄하는 매머드 사학 재단으로 커졌으나, 고인은 이사장 재직 시절인 81년 공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됐다. 학원 내 분규가 이어지자 고인은 93년 선인학원 산하 14개 각급 학교의 시립화 또는 공립화를 조건으로 이사장의 권한 일체를 인천시장에게 넘겼다.

고인은 태극무공훈장을 수훈해 상훈 규정에 따라 육군장(葬) 대상이다. 하지만 유지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도 국립묘지가 아니라 천안 풍산 공원묘지를 택했다. 유족으로는 주광숙(71) 여사와 2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6일 오전 9시30분. 02-2072-2020.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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