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도 파업, 갈 데까지 갈 텐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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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호 02면

수서발 KTX를 운영할 별도 회사의 설립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생활과 산업계에 미치는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철도노조는 파업 엿새째인 14일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철도 민영화 중단과 철도의 공공적 발전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다시 요구했다. 이에 앞서 노사 양측은 전날 파업 이후 첫 협상을 벌였지만 기존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교섭을 중단했다.

노사의 팽팽한 대치 때문에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11월 26일부터 8일간이란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18일부터는 서울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 불안과 불편은 더 커질 게 뻔하다.

이번 파업을 둘러싼 표면적인 쟁점은 수서발 KTX를 운영할 별도의 회사가 철도 민영화를 위한 시발점인가 여부다. 정부와 코레일 측은 “만성 적자투성이인 코레일보다는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 수서발 KTX를 운영하게 하는 게 경제논리에 맞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노조 측은 “철도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고 반발해 왔다. 정부와 코레일 측은 “회사 지분의 민간 참여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노조를 완전히 설득하기에는 논리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안 중에는 8% 임금 인상안이 들어 있어 국민의 입장에선 심기가 편하지 않다. 코레일은 용산개발사업이 좌초되면서 부채가 17조6000억원으로 불어났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244.2%에서 지난 6월 현재 433.9%로 높아졌다. 운송 부분에서도 KTX만 연 5000억원가량 흑자를 낼 뿐 새마을호 등에선 8000억원가량 손실을 봐 연 3000억원대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코레일 측은 ‘정부의 공기업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2.8%도 반영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면서 노조 전임간부 145명을 포함해 모두 7884명에게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코레일이 민간 기업이라면 당연한 논리다. 회사가 적자 늪에 빠졌는데 임금을 8%나 올리면 회사는 생존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당장 시멘트를 철도로 운송하는 건설업계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시멘트 출하가 늦어지면서 건설현장 공기(工期)도 같이 미뤄져 가뜩이나 바닥인 건설경기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객차 운송도 이번 주부터는 감축 운행이 불가피하다.

노조의 주장처럼 수서발 KTX의 민영화 시도가 숨어있다면 정부와 코레일이 민영화 움직임을 보일 때 자신들의 의사를 보여줘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공연히 국가 물류망을 볼모로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집단이기주의적 파업이란 지적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또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일터로 돌아와 다시 교섭을 해도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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