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정일 추도식 예정대로 … 정권 안정 보여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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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공포정치를 선보인 김정은의 다음 수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북한은 굵직한 일정을 여러 개 앞두고 있다. 그중 하나는 김정일(2011년 12월 17일 사망) 국방위원장 2주기 추도식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4일은 김정숙(김정은의 할머니) 생일이고, 27일은 우리의 제헌절인 헌법절이다. 또 오는 30일이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지 2년째다.

 특히 김정일 추도식은 북한으로선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현재 북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정된 정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과 사업을 하고 있는 평화자동차 관계자는 13일 “미국 시민권자인 박상권 사장이 김정일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방북할 예정”이라며 “박 사장뿐만 아니라 다수의 해외 교포를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숨 고르기에 들어가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듯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주요 20개국(G20)과 국제금융기구대표단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게 하겠다는 우리 측 제의를 수용했다”며 “오는 19일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택 처형 사실을 알고 있는 4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는 현장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대표단에는 개성공단에 투자 여부를 결정하거나 북한의 투자 환경을 평가하는 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북한이 김정은 체제가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이들의 방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성택을 제명하고 당에서 출당시킨 결정을 내린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던 지난 8일에도 북한은 신의주~평양~개성을 잇는 고속철과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계약을 중국과 체결했다. 다음날 함경북도 온성군을 경제특구로 개발하기 위해 중국 투먼(圖們)시와 투자계약도 맺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강도 높은 사상학습 형식을 통해 주민들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경제 회복의 실패를 장성택의 탓으로 몰고 갈 것이란 얘기다. 당장은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도발이나 핵·미사일 카드 등 강도 높은 긴장 카드를 활용하기보다는 내부 결속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유엔 제재 강화를 부를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럴 경우 친중파인 장성택 제거로 마음이 상한 중국이 찬동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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