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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단심재판 후 즉시 사형 집행 … 왕조국가서도 없던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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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판결은 즉시에 집행되었다.’

 장성택 처형 소식을 전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 문장으로 보도를 끝냈다. 한때 김정은 정권의 2인자로, 주변에서 ‘1번 동지’로 불렸다는 장성택은 조카 김정은에 의해 판결 직후 생을 마감해야 했다.

 노동신문에 공개된 장성택의 생애 마지막 모습은 초라하고 비참했다. 두 손이 수갑에 묶인 그가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군관이 뒷덜미를 누르고 있었다. 그의 왼쪽 눈두덩은 부어올라 있었고 멍이 든 것처럼 보였다. 입과 손에도 구타 흔적 같은 것이 있었다.

 장성택이 어떤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는지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는 이날 노동신문에 의해 ‘만고역적’에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 쓰레기’로 규정됐다.

 인공기가 걸려 있는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 재판정에 앉은 세 명의 재판관은 그에게 ‘국가전복음모행위’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북한의 재판은 통상 인민재판소와 도 재판소의 2심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장성택의 경우 일반재판 절차가 아니라 단심제인 보위부 특별 군사재판을 받았다. 그렇더라도 판결 후 전광석화처럼 처형이 진행된 것은 왕조국가에서도 없던 일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친장성택 인사들의 구명운동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이승열 박사는 “북한이 재판정을 공개한 것은 ‘정당한 절차로 사형에 처한 것’이라는 북한 정부의 강변”이라고 말했다.

 이날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AP는 평양시내 풍경이 담긴 사진을 해외로 타전했다. 평양지하철을 이용하던 시민들이 13일 역 승강장에 마련된 노동신문 게시판 앞에 몰려들어 신문을 읽고 있는 장면이었다. 평양시민들에게도 ‘장성택의 즉결처분’이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판결 후 즉시 처형은 북한의 후진성과 전근대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선임연구위원도 “고모부든 형제든 권력을 위해서라면 핏줄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북한 정권의 반인륜적이고 잔인함이 투영된 것”이라고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일성·김정일도 김정은 같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동신문은 장성택이 자신이 뒤집어쓴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작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수석 연구위원은 “쿠데타 시도가 사실이었다면 북한 정부가 이권 개입과 독직, 착복 등을 구구절절하게 붙일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이 전한 장성택의 진술을 보면 그는 신문 도중 “김정은이 나라 경제와 인민생활이 파국으로 번지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장성택이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지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했다”며 “정변의 대상은 최고 영도자 동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장성택 핵심 측근 2명(이룡하 제1부부장, 장수길 부부장)이 기관총으로 처형된 것과 같은 방식일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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