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탄소차협력금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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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4월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됨에 따라 2015년부터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가 시행된다. 대형 세단을 사면 수십~수백만원의 부담금을 물리고, 탄소배출량이 적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청정디젤차·소형차를 사면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환경보호를 위해 당연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 제도는 중대형차만 선호하는 우리의 잘못된 소비행태를 바로잡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차 비중은 8.9%로, 30%가 넘는 일본·유럽에 비해 낮아도 너무 낮다.

 문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경유차를 환경오염 주범으로 인식해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는 등 디젤차 생산을 억제해 왔다. 반면에 유럽은 청정디젤차를 전략 차종으로 선정해 기술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역시 하이브리드차에 주력해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다.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가 갑자기 실시되면 국산 중대형차를 사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또한 가뜩이나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마당에 수입차 구입 비용을 국산차 소비자들이 지원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는 각 부처와 산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초기 단계에는 부담금과 지원금 액수를 대폭 낮추고, 순차적으로 협력금을 올려야 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비상한 각오로 친환경차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처럼 낮은 연비에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 가솔린차에 매달린다면 갈수록 설 자리는 좁아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