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얼룩진 '청년 비례대표 실험'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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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복을 공식 선언한 민주당 장하나(36) 의원은 이른바 ‘청년 비례대표’다. 지난해 19대 총선에선 각 당이 20~30대에게 인위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했다. 모두 3명이 청년 비례대표 경선을 거쳐 의원 배지를 달았다. 장 의원과 민주당 김광진(32) 의원, 통합진보당 김재연(33) 의원 등이다. 새누리당은 경선 없이 김상민(40)·이재영(38) 의원을 청년 몫 비례대표로 당선권에 배치했다.

 민주당의 경우 청년 비례대표 경선을 흥행카드로 만들기 위해 ‘슈퍼스타K’ 방식의 공개 오디션까지 동원했다. 모두 389명이 지원했다. 원래는 25~35세 지원자 가운데 4명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주려고 했으나 2명에게만 주기로 했다. 취업마저 어려운 또래 와 달리 민주당판 ‘슈퍼스타K’만 통과하면 배지를 달 수 있으니 당시엔 ‘청년 로또’라는 말도 돌았다.

 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제도는 2011년 말 민주당과 시민단체인 ‘혁신과통합’ 등이 합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문성근 혁신과통합 대표가 “20대, 30대 남녀 한 명씩 국회에 들어가 젊은 세대를 젊은 국회의원이 대의하도록 하자”고 나서면서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 성적표를 놓고 논란이 많다. 장 의원뿐 아니라 김 의원은 과거 그가 트위터에 올린 “다음에 술 먹을 때 채찍과 수갑 꼭 챙겨 오길… 음… 간호사 옷하고 교복도”라거나 “노예. 이런 거 좋아요∼ 일단 벗고∼ 수갑과 채찍을∼” 등의 거칠고 성적인 표현이 알려지면서 자질 시비를 일으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백선엽 장군을 ‘민족 반역자’라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통합진보당에선 김재연 의원이 청년 비례대표 경선에서 1위를 하는 과정에서 부정 경선 논란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날 장 의원은 추가 성명을 발표해 “당론과 상이하지만 나의 정치적 견해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대통령의 자진사퇴 입장은 부정선거의 책임을 회피하는 청와대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도 “대선 불복은 개인적인 일탈에 불과하다. 당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는 데 부심해야했다.

 하지만 김광진 의원이 포함된 민주당 초선 의원 21명은 이날 장 의원을 두둔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김 의원은 “장 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양심에 따라 발언한 것으로 민심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 파문은 나이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는 청년 비례대표 제도에 대한 회의론까지 부르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대학 학생회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함량 미달의 청년을 비례대표라며 뽑아 놓고,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입장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 대표로 국회에 왔는데 청년 문제가 아닌 자신의 관심 분야나 생각만을 대변하게 되면 제도 도입의 취지에도 어긋나고, 청년 정치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 참여했던 당 관계자도 “로또처럼 한 방만 노리는 ‘청년 정치꾼’들을 가려내는 게 중요하다”며 “청년 정치인의 발굴은 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교육해 성장시키면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윤석 기자 americano@jo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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