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의 옐로카드 "당 이해 배치된 언행 단호 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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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도중 인터뷰하고 있던 양승조 최고위원(맨 왼쪽)의 인사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에서 “부여된 권한으로 추후 당의 단결을 해치거나 당의 이해와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대선불복 파문이 시간에 쫓기고 있는 예산안과 부동산법안을 멈춰 세울 뻔했다.

 10일 국회는 파행으로 시작했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의 “박근혜 대통령은 신(新)공안통치와 신유신정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과,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선언이 빌미가 됐다.

 당초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부동산법안 등을 처리하고, 예결위는 예산안 심사를 계속할 예정이었다. 국정원 개혁특위는 남재준 국정원장을 불러 자체 개혁안을 보고받기로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비극적 가족사를 거론하며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저주 발언이 정상적이냐”며 양 최고위원과 장 의원에 대한 제명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특위를 보이콧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중단의 여파는 예산 논의로 번졌다. 예결위에서 국정원 개혁특위 중단을 둘러싸고 회의 도중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면서 40여 분 만에 정회했다.

 당사자인 양 최고위원과 장 의원은 “당에 송구스럽다”면서도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사과는 거부했다. 양 최고위원은 성명서를 내고 “제 발언에 대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대응은 왜곡·침소봉대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자신을 상대로 제명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새누리당을 겨냥해 “대한민국 국민이 정치적인 쇼에 호응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반발했다.

 파국으로 치닫던 여야의 대치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대표의 내부 경고성 발언이 나오면서 방향을 틀었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과 관련한 민주당의 입장을 다시 묻기에 다시 답한다. 선거를 다시 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이미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밝혔다. 민주당은 이 땅에 유신시대와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의 위해를 조장하는 일은 안 된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여권의 요구에 ‘성의 표시’를 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의원들 각자 발언이 당론이나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 안 했을 때 우리의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 저는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란 당원의 명을 받아 대표가 됐다. 부여받은 권한으로 추후 당의 단결을 해치거나 당의 이해에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선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며 소속 의원들에게 입단속을 요구했다.

 이후 양당 원내대표들은 회동을 갖고 모든 일정을 정상화하는 데 합의했다. 국정원 개혁특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오후 본회의에선 주택 취득세 영구 인하와 리모델링 시 수직증축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관련법과 국회 방해죄로 처벌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5년(벌금형) 또는 10년(징역형)간 박탈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 38건이 처리됐다.

권호·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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