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훈련병, 완전군장한 채로 달렸다…군기훈련 규정 안지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육군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숨진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던 상황과 관련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군 당국이) 민간경찰과 조사 중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1명이 쓰러졌고, 민간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25일 오후 사망했다.

군기훈련은 군기 확립을 위해 지휘관이 절차와 규정에 따라 실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을 의미한다. 과거 ‘얼차려’로도 불렸는데, 이는 현재 군이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군은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정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육군 관계자는 “(군이)민간경찰과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군기훈련이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요구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어느 정도 확인이 이뤄진 뒤 유족에 설명한 뒤 언론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훈련병은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군기훈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회수와 시간, 승인권자의 승인 등 구체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 보행 군기 훈련의 경우 보행 거리와 반복 회수 등이 정해져 있다. 완전군장 자체는 가능하지만, 보행에 그치지 않고 규정에 없는 구보를 시켰거나 훈련 강도가 규정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완전군장 상태에선 1회당 1㎞까지 보행(걷기)만 가능하고,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로 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사망 사건을 놓고선 규정 위반 의혹이 거론된다. 완전군장을 한 인원들이 달리기(구보)와 걷기로 연병장 1.5㎞를 돌았다거나, 팔굽혀펴기까지 했다는 내용이다. 육군이 언급한 ‘규정에 부합하지 않은 정황’은 이들 의혹 중 일부가 사실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군기훈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회수와 시간, 승인권자의 승인 등 구체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 보행 군기 훈련의 경우 보행 거리와 반복 회수 등이 정해져 있다. 완전군장 자체는 가능하지만, 보행에 그치지 않고 규정에 없는 구보를 시켰거나 훈련 강도가 규정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앞서 군인권센터는 얼차려 중 훈련병들이 건강 이상 징후를 보고했으나, 집행 간부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6명의 훈련병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며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고 했다. 센터는 또 완전군장을 착용한 채 달리기와 팔굽혀펴기뿐 아니라 대상자들에게 특정 지점까지 반복적으로 빨리 뛰어오게 하는 '선착순뛰기' 지시가 있었다는 제보도 추가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육군이 말하는 '군기훈련'이 아닌 군형법 제62조의 '가혹행위'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센터의 주장이다.

한편 군은 사망한 훈련병의 순직을 결정하고, 일병으로 추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