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업다이크」의 새 단편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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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장 꾸준하고 가장 다산의 작가, 그리고 「노먼·메일러」를 제외하면 같은 세대의 미국작가들 가운데 가장 폭넓고 밀도 짙은 작품을 쓰고 있다는 미국의 인기 작가 「존·업다이 크」(41) 가 최근 새 단편집을 내놓았다.
『박물관과 여인들·기타』라는 제목의 이 단편집은 「존·업다이크」의 재능이 최대한 발휘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끌고 있는데 특히 이 책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몇몇은 종래 그의 「스타일」로부터 다소의 변모를 시도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예로 「존·업다이크」가 즐겨 다루는 도시의 부부들에 관한 단편「시리즈」는 매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시리즈」의 첫 작품은 아내가 민권운동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뛰쳐나갔을 때의 남편의 반응을 우습고 재미있게 묘사해 내고 있다.
특히 이 책에 함께 수록된 『언덕사람들』은 평론가들 사이에서 단편소설의 최고봉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의 문화와 반문화와의 대결을 8페이지에 걸쳐 완벽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종래 「존·업다이크」의 작품들에서 보기 힘들었던 강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
이 작품의 무대는 「매서추세츠」의 가상적 도시 「타복스」중심부 바위투성이의 언덕. 이 곳을 한 떼의 젊은이들이 안식처 삼아 모여들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메인·스트리트」를 내려다보며 앉아 있다. 이들의 이러한 행위는 마침내 「타복스」시민들이 반감을 불러 일으켜 이들에 관한 신문사설들이 쓰여지고 시민들의 편지가 편집장에게 몰려든다.
『언덕사람들은 천천히 위로 후퇴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들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이 밖에 특기할 만한 작품은 『모든 사람이 임신했을 때』인데 이 작품은 「업다이크」의 전성기인 50년대를 찬미한다.
「존·업다이크」의 이 단편집은 그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재능 있는 작가라는 것을 재확인시킨 셈이지만 단순한 재능을 넘어서 평론가들이 「윌리엄·포크너」나 「제임즈·조이스」「마크·트웨인」등 극히 소수의 작가에게 부여했던 참여의 마지막 척도를 보이는데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타임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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