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17대 계관시인에 「존·베치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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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주 「엘리자베드」영국여왕은 지난5월 사망한 계관시인 「세실·데이루이스」의 후임에 66세의 노시인 「존·베치먼」을 임명했다.
「존·베치먼」은 17번째의 영국계관시인으로 죽을 때까지 영국황실을 위해 봉사하게 된 것이다.
계관시인의 칭호는 사뭇 대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 시인들은 이 칭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7대 계관시인이 발표되기 전 「W·H·오든」등 몇몇 시인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아무도 계관시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베치먼」 자신도 영국황실로부터 계관시인 임명소식을 듣고 『내 전 생애를 통해 가장 미친 시간이다』라고 한숨지었다.
계관시인의 임무란 출산이라든가 상사 같은 왕실의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시를 써 바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댓가로는 매년 70파운드(약 6만7천원)와 27파운드(약 2만6천원)에 해당하는 술 한 통을 받게 된다. 계관시인의 임무가 한때는 과중하기도 했으나 「빅토리아」여왕시대에 계관시인으로 활약하던 「윌리엄·워즈워드」「앨프리드·테니슨」이후에는 다소 시들해진 느낌을 주었다. 특히 1910년 「에드워드」7세가 서거했을 당시 계관시인 「앨프리드·오스틴」이 좀 유치한 시를 바친 후로는 계관시인이 왕실을 위해 시를 바치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다.
단순한 명성에서 본다면 이번 「베치먼」이 새 계관시인으로 임명된 것은 아주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58년 출간된 그의 작품집은 지금까지 10만 권이나 팔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가장 인기 있는 시인이면서도 「바이런」이후의 평범한 시인이라는 점에서 다소의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어느 평론가는 『그에 대한 시인들간의 감정은 대체로 반「베치먼」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지나치게 대중지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고 비꼬면서 『그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시만을 쓴다.』고 말했다. 「존·베치먼」에 대한 이러한 일반적 견해 때문에 「존·베치먼」의 계관시인 임명은 다소 의외라는 느낌도 들고 있다. 오히려 「W·H·오든」이나 「옥스퍼드」의 「로이·풀러」 헐대학교의 「필립·라르킨」 등이 더욱 유망한 것처럼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베치먼」이 계관시인이 된 것은 커다란 놀라움은 가져다주지 않았다. 「오든」도 『그가 계관시인이 된 것은 매우 즐겁다. 역시 그는 계관시인에 대한 가장 적임자이다』고 말하고 있다.
새 계관시인 「베치먼」은 「개스」등의 거리를 사랑하고 「고딕」풍의 정거장을, 그리고 시골의 교회들을 사랑하는 시인이다. 그는 마침내 『나는 그 「타이틀」(계관시인)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뉴스위크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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