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에로의 방향전환|제13회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 총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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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13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가 20∼22일 충남대전 공설운동장에서 열렸다.
문공부가 「문화의 달」인 10월에 주최한 이 민속예술의 잔치에는 15개 시·도의 24개 팀이 참가, 『닦고 익히고 빛내자』라는 표어아래 민족의 전통과 풍속을 기예에 담아 향토색 짙은 민속을 자랑했다.
이번 대회에선 충북의 『탄금대 방아타령』이 종합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 13회에 걸친 경연대회에서 처음으로 민요부문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게 됐다.
거기에 국무총리상도 같은 민요부문 전남의 『우수영 부녀농요』에 돌아가 민요가 올해 들어 갑자기 각광을 받게 되었다는 인상을 짙게 했다.
이 같이 민요가 크게 두드러진 것은 지금까지 소외되다시피 했던 분야에 대한 특별한 배려라는 뜻도 있지만 경연대회 자체가 방향전환을 기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심사위원이었던 이두현 교수(서울대사대)는 이 대회의 방향전환을 『대 종목주의에서 소 종목주의로』, 또 『수량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변모해야 할 앞으로의 대회성격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속놀이·농악·민요·가면극·민속무용 등 5개 부문 가운데서 지금까지 각광을 받아온 것은 민속놀이와 농악이었다. 대회가 시작된 61년에 황해도의 봉산탈춤이 우승한 것을 제외하면 각도의 농악이 4번, 민속놀이가 5번 수상했다. 『동래야유』 『제주민속놀이』 『고싸움놀이』 『아산줄다리기』가 모두 놀이를 대표했고 대규모로서 압도하는 것들이었다. 수백 명이 동원되어 운동장을 떠들썩하게 하는 이 같은 대규모의 민속놀이가 관중에게 쉽게 인기를 끌고 수상대상에도 자주 오르게 되는 때문에 대회가 여러 번 거듭하는 사이에 「민속놀이」가 「민속예술」의 대표인양 인식되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따라서 71년에 국무총리상을 획득한 전남 『진도들 노래』에 이어 이번에 민요부문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획득한 것은 민속예술의 본래의 의미를 살리는 「소 종목의 예술성」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돼야겠다고 설명했다. 「경연」이라는 선입관에 앞서 「민속예술」의 재현·부흥이란 의미를 부각시키는 대회의 성격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경연에 치우치다 보면 민속의 생명인 토속성과 소박성이 지나치게 분식되고 또 현대화하여 연극적이 되고 관중위주의 「쇼」의 모습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 통례였다. 이를 지양하는 의미에서도 『탄금대 방아타령』과 『우수영 부녀농요』의 수상은 의미가 크다.
소박한 농부차림, 농촌아낙네 차림으로 모심기에서 방아찧기에 이르는 농사일을 농요로 연결 지은 『탄금대 방아타령』은 그 향토색 짙은 노래와 동작에서 특히 호감을 샀다.
1백50명의 인원이 물론 대규모이고 「연자방아」 「쌍다리 디딤방아」 「외다리 디딤방아」 「절구」들이 장비면에서 장관이지만 중원군 신니면 마수리 지기선씨의 선소리에 이은 메김의 남녀합창과 동작이 훌륭했다고 「우수영 부녀농요」는 특히 민요의 음악성과 이의 동작화에 성공적이었던 점에서 크게 주목되었다. 동작이 지나치면 연극적이 되고 또 음악과 동작이 잘 조화되지 않게 되는 위험을 극복하고 음악과 동작을 잘 연결 지어 구성한 것이 뛰어났다.
민요분야에는 이 밖에 「익산 목발노래」 「수심가 엮음」 「황해도민요」가 각각 출전했었다.
민속놀이 부문에는 올해 새로 서울의 「투호놀이」가 나왔으나 놀이 자체가 민중의 것이기 보다 사대부의 것이고 무대용이 되지 못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함북의 「홍해룡의 놀이」는 이 용이 너무나 중국적이고 양악기가 등장하는 등 고유양식으로 볼 수 없었다고 임동권 교수(서라벌예대) 는 지적했다.
「의성 가마싸움」과 「횃불쌈놀이」 「타구놀이」는 운동을 놀이화한 대규모의 놀이로 장관을 이루었고, 「동래지신밟기」 「애원성」 「평양다리 굿」등은 마을의 기복행사를 놀이화한 좋은 민속이었다.
가면극부문에선 잘 알려진 「북청사자놀음」 「통영 오광대」 「봉산탈춤」 「강령탈춤」외에 새로 「송파산대 놀이」와 「은율 탈춤」이 소개됐으나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가면극 가운데 「봉산탈춤」 「북청사자놀음」「통영 오광대」등은 연륜도 있고 해서 노련미를 보이는 춤을 과시했다.
농악부문에선 「강릉농악」이 이번에 새로 나왔으나 근래의 농악 가운데 가장 향토색 있고 원형적인 면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또 「금천농악」은 시각적으로 훌륭하나 조금 군대식 행렬이었고, 「경기 어린이농악」과 「충남 어린이농악」은 귀여운 연기로 환영받았다.
그러나 오직 「삼삼이와 돈돌라리」 한 팀만이 출전한 민속무용부문은 앞으로 개발되고 지원되어야 할 분야로 빈약한 인상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심사위원들은 민속예술경연대회가 부문별 효과에 비추어 놀이나 농악 등은 현재와 같이 운동장에서 열려야겠지만 가면극·무용·민요 등은 차차 실내공연이 시도되어야겠다고 했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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