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차량 횡행-등록 말소된 넘버판 반납 않고 가짜 달고 불법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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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의 거리에 무적차량이 판치며 굴러다닌다. 등록이 말소된 무적차량은 넘버판을 당국에 반납하지 않거나 위조 넘버까지 버젓이 만들어 달고 불법 운행한다. 이같은 무적차량은 대부분 장물운반·심야영업행위·강도 등 각종 범죄의 편리한 범행도구로 이용될 뿐 아니라 심지어 수사용이란 핑계로 수사기관의 장비로까지 이용되고 있다. 무적차량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은 27일 경찰이 무적 차로 나타난 국민은행 아현지점 예금주 피납 사건의 용의차량을 뒤쫓다 밝혀낸 것이다.
국민은행 예금주 피납사건 수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6만7천여대의 각종 차량 가운데 세금미납·정비미필 등으로 등록이 말소된 무적차량은 지난 8월말 현재 모두 1천9백여대.
이 가운데 5백50대는 시 당국이 번호판을 회수, 폐차 처분된 것이 확인됐으나 나머지 1천3백50대는 번호판이 회수되지 않은채 대부분 불법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숫자상 서울시내 전체차량운행 댓수의 2%에 해당된다.
특히 이 사건의 용의 차량과 같은 형인 흑색, 또는 짙은 감색 구형 코티나 가운데서 만도 자동차 등록원부에서 말소된 무적 차는 3백29대.
이 가운데 폐차되어 고철화한 것이 62대, 재등록 34대, 차주보관 2대 등으로 98대는 수사결과 차의 행방과 처분내용이 밝혀졌으나 나머지 2백21대는 실제로 폐차 여부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음이 수사결과 밝혀졌다.
무적 차를 쫓던 예금주 피납사건 수사본부는 지난 25일 무적 차로 자동차 절도를 일삼던 이강기(30)와 이승기(27) 형제를 검거, 특수절도혐의로 구속했는데 이들의 경우도 중구 오장동 무허가 자동차 매매업소에서 브로커를 통해 무적 차인 뉴·코로나 1대를 10만원에 사들인 뒤 가짜로 만든 서울 영2-9835, 서울 영2-6869호 넘버판을 번갈아 달고 다니며 지난 8월22일 의정부에서 경기 영1-3909호 택시(운전사 오영근·30)를 훔쳐판 것을 비롯, 10여 차례의 도둑질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폐차장에서 구한 넘버판을 철공소에서 망치로 두드려 3자를 8자로 7자를 9자로 고치는 방법으로 가짜 넘버판을 만들었다고 자백했다.
또 이정수씨 피납사건에 관련, 수배됐던 서울 영2-7028호 코티나와 서울 자3-3801호 코티나 등 2대의 무적 차가 각각 모 학원에서 운행되고 있는 것을 적발했다.
이같은 무적 차는 ▲각종 세금미납 ▲정비미필 ▲검사기일경과 ▲차주 자진신고 ▲사용불능 ▲용도폐지·해체 등 과정에서 생긴다. 이때 차주는 현행 도로운송차량법상 10일 이내에 관할 시·도에 자진말소 등록을 하도록 돼있고 자진신고를 안할 경우 관할관청이 7일 이내에 최고절차를 밟아 직권 말소토록 돼있다.
이에 따라 관할 시·도 당국은 번호판을 회수, 절단키로 돼있으나 대부분의 차주들이 이를 이행치 않고 심지어 번호판을 단체 등록 말소된 차량을 폐차장에 내다 고철로 팔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서울시내 70여군데 자동차매매업소와 1백여개소의 무허가 폐차장, 정비공장, 세차장, 부속품상 등에서 무적 차의 거래가 10만원 안팎의 싼값으로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브로커들만도 3백여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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