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행정관이 채군 정보조회 요청" … 청와대로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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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54)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보도와 관련된 정보 불법 취득 사건의 불똥이 청와대 쪽으로 튀고 있다. 채모(11)군 모자의 개인정보 불법 조회 과정에 현직 청와대 행정관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그러나 해당 행정관과 청와대 측이 강력히 부인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초구청 조이제(53) 행정지원국장이 지난달 28일 검찰에서 한 진술이다. 조 국장은 당시 “청와대 조모(54) 행정관으로부터 조회 부탁을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그는 “조 행정관이 지난 6월 11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채군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본적을 알려주며 해당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에 ‘OK민원센터’ 김모(57·여) 팀장에게 가족부 조회를 요청했지만 주민번호가 틀려 다시 문자로 전송받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조 국장은 검찰 출석 하루 전, 누가 부탁했는지에 대해 “검찰 조사 때 밝히겠다. 국정원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주장했었다. 조 국장은 국정원 파견근무 경력자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측의 부탁을 받아 정보를 불법 취득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러나 이번 진술로 청와대 측이 의심을 받게 됐다.

 조 국장이 정보 조회를 부탁한 사람으로 지목한 조 행정관은 현재 총무시설팀 총괄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다. 직속상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보좌관 출신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다. 조 행정관의 경우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청계천 복원사업 담당 팀장으로 근무하다 이명박정부 초기에 청와대로 옮겼다. 2010~2011년 대통령실 시설관리팀장을 맡았고, 지난해 4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과 조 행정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력 부인했다. 조 행정관은 “조 국장과 서울시에서 같이 근무한 적은 있지만 같은 부서에서 일하거나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고, 문자메시지로 그런 것을 물어본 바가 전혀 없다”며 “대체 왜 조 국장이 내 얘기를 꺼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 국장과 대질도 하겠다”며 “문자메시지 정보를 모두 조회하면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청와대 시설과 예산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조 행정관이 민정수석실이 주로 담당해 온 검찰총장 주변에 대한 정보를 왜 확인하려 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조 행정관의 직무상 채군의 주민번호 등을 알기 어렵고, 그의 가족관계를 알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국장이 처음 진술 시 조 행정관이 청와대가 아닌 다른 정부 부처에 근무하고 있다고 말한 배경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조 국장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선 “사건의 포커스가 자신과 가까운 국정원 쪽으로 맞춰지자 세간의 관심을 청와대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현재 확인 중이며 입증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조 국장의 휴대전화 메시지 수·발신 내역을 조사 중이다. 또 조 국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당시 오간 문자메시지 내용 복원에 나섰다.

 한편 조 국장은 이날 하루 종일 서초구청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가영·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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