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거짓말 조회 고맙다 문자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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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1)군의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한 의혹을 받는 조이제(53·사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은 “청와대 조모(54) 행정관으로부터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확인해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조 국장은 “채군이 누군지 배경 설명은 전혀 없었다”며 “조 행정관의 고향이 안동이고 채군의 본적이 대구길래 ‘친척인데 서류 만드는 데 급히 필요한가 보다’ 싶어 별 생각 없이 확인해줬다”고 덧붙였다. 3일 구청에 출근해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조 행정관과 언제, 어떤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나.

 “6월 11일 오후에 조 행정관으로부터 채군의 이름·주민번호·본적과 함께 ‘조회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알았다’고 답하곤 민원센터 직원을 시켜 조회를 요청했는데 정보가 틀려 조회할 수 없었다. ‘개인정보가 틀렸으니 다시 보내달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랬더니 조 행정관이 개인정보를 다시 보내줬다. 조회한 다음 이번엔 ‘맞다’는 확인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13일에 조 행정관으로부터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답장을 보낸 게 전부다.”

 - 조 행정관과는 어떤 사이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하던 시절 모 비서관이 경상도 고향 후배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청와대로 갔다. 그를 통해 조 행정관을 알게 됐다. 1년에 네 번 서울시 출신 공무원 모임에서 만났다. 고향·나이가 비슷해 가까운 편이라 조회 부탁을 들어준 거다. 국토해양부로 파견 나간 줄 알고 검찰 소환조사에선 ‘국토부 직원이 조회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물론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한 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측근이라 국정원이 연루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에서, 국정원에서 모셨으니까…. 하지만 국정원에서 나온 2009년 이후론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러다 지난 3월 원 전 원장 관련 사건으로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당시 원 전 국정원장에게 전화해서 ‘찾아뵙고 상의해야겠다’ 했더니 오지 말라고 했다.”

 - 조 행정관은 “조회를 부탁한 적 없다”고 반박하는데.

 “거짓말이다. 문자 메시지 내용은 몰라도 전송 기록이 남아 있다. 문자 전송 기록만 복원해보면 드러날 것이다.”

 한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 조회 요청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 처음에는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거나 기억을 못 한다고 버텼지만 조금씩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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