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땅없는 「우간다」의 영계 아시아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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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설 땅이 없는 「우간다」의 영계 「아시아」인들. 「이디·아민」대통령으로부터 90일간 (11월9일까지)의 시한부 퇴거명령을 받았으나 「노아」비둘기처럼 갈 곳이 없다. 1백년전 떠나 온 인도아대륙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시민권을 가진 영국에서도 불청객으로 문전 거절이다.
이 같은 유랑의 운명은 비단 「우간다」의 영국국적을 가진 「아시아」인 6만명뿐 아니라 「우간다」시민권을 갖고있는 나머지 약 3만의 「아시아」인에게도 나아가 앞으로 인근 「케냐」「탄자니아」의 약31만의 「아시아」인에까지 파급될 기세에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화』를 표방한 「블랙·내셔널리즘」에 추방되는 이들의 운명이 이른바 「대영제국」의 역사의 유산이란 점에서 호소할 길 없는 비극을 느끼게 한다.
19세기말 「케냐」∼「우간다」간 철도건설을 위한 노동인력으로, 또한 「탄자니아」 독일계 및「아랍」계 상인들을 축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입된 이들「아시아」계 이민들은 「대영제국」의 식민경영에 충복노릇을 하면서 상권을 장악, 이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정착했다.
그러나 현지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이 동「아프리카」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식민지시대에 하급관리로서 영국의 주구노릇을 했으며, 현재도 80%이상의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데 심한 반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우기 「아시아」계 여인은 「아프리카」청년과 혼인을 않는 등의 인종적 위화감도 이 반발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운명에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할 영국은 이들의 대량유인이 빚을 실업사태, 복지문제 등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나머지 유인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기왕에 들어와 있는 「아시아」인까지 추방해야한다는 보수선동정치가 「파웰」의원의 강경론이 다수 세론의 지지를 받고있는 정도.
따라서 현재 이들은 아주공항에서 영국의 공항까지 수 차례의 출국→입국거절→재출국→재거절 등의 반복을 거쳐서 겨우 영국에의 『잠정적』입국이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이 『탁구공』처럼, 『동네북』처럼 취급되는 이 비극적 「게임」에서 강자지배의 역사가 남긴 후유증의 한 장면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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